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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8773533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3-06-25
책 소개
목차
처녀로 꽃필 때
정부 내각정령 143호
기러기떼 날으네
석탄은 공업의 식량이다
둥근 달 밤, 동구길…
막장에서 기막힌 수다
검은금 유치원
무너진 갱 안의 사람들
안마 기술은 동무가 최고요
보위부 조사실
농태기가 참 좋재오
고난의 신혼살림
아이들의 군사놀이 시간
낙서, 자살, 유서…
배낭에 담긴 석탄밥
깊은 밤중에 체포영장
아오지 버럭
부부싸움 끝에
인민의 이름으로 처단한다
풍산개… 국군포로
부록
저자소개
책속에서
“치 익!~ 치 익!~” 하며 열차가 완전히 멈추었고 화물차량 미닫이문이 스스르 열렸다. 낮이고 밤이고 어둔 차량 안에 갇혔던 그들이니 밝은 바깥세상에 눈을 부스스 비빈다.
“자! 모두 내렷!” 하는 인민군 병사다.
포로병들이 화물차량에서 내리며 좌우를 살핀다. 모두는 낯선 지역의 풍경에 의아한 눈빛이다. ‘아오지역’이라는 글귀, ‘영명하신 김일성 수상 만세!’ ‘영광스러운 조선로동당 만세!’라는 구호판도 보인다. 북한 땅이고 남쪽과 먼 곳이 틀림없다.
속았다. 아니 그것도 아니다.
정확히 열차가 출발하며 어디로 간다고 알려주지 않은 인민군 호송장교가 아닌가. 어디서 구경을 나왔는지 허름한 꼴의 아낙네와 아이들 위주로 민간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남녀노소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어디서 저렇게 새파란 군인청년들이 왔슴매?” “야아. 정말 기차재오? 인민군대는 아닌 것 같소야!”라고 말한다. 처음 보는 군복을 입은 낯선 군인들이니 무척 호기심이 드는 모양이다.
어쩌면 감방의 죄수 꼴이다.
아이는 키우는 맛이라더니… 그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아들이 다 자라 재미가 없을 만해지니 손녀가 태어나서 그 공백을 계속해서 제공해주는 것이다. 그것도 분명히 과거 아들을 키운 것과 지금은 손녀딸을 키우는 보람이 다르게도 느껴진다.
안은별의 입이 쉴 새 없다.
“할배! 인민군대와 괴뢰군이 뭐가 다름까?”
“아니? 넌 별것 다 궁금하구나!”
“아앙!~ 그러지 말고 어서 알려줘요.”
“그건 서로가 다르게 부르는 거다. 북과 남이 자기 군대를 각각 ‘인민군’ ‘국군’으로, 상대방을 ‘괴뢰군’으로 부르는 거다.”
“…”
“은별아! 네가 지금은 어려서 그게 무슨 소린지 잘 모를 거다. 인민군대가 좋은지? 남조선 군대(국군)가 좋은지? 등 말이다. 허나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아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어라.”
“…”
“지금은 집에서 아빠, 엄마 말씀 잘 듣고… 유치원에 가서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무럭무럭 크는 것이 우선이란다. 알았지?”
“야아!~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