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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8773991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5-11-20
책 소개
목차
도쿄의 붉은 바람
조총련 의장
북조선에 대한 호기심
평양 시민이 줄어든 이유
우리 조국은 어딘가
요시히로 부사장
청진에 째포들이 온다오
1959년 12월, 니가타항
동해 선상에서
이거 말조심 해야겠구먼
귀국, 북송… 귀환
한덕수의 똥개
‘거포’… 그리고 ‘상포’
엄마 생일인데 왜 우나
함흥농마국수
회사와 귀국 준비하다
가부키초 사카바
도쿄보다 멋진 평양을
우리 이제는 함께 살아요
탈출 모의
니가타 버드나무길
째포들의 죽음
귀국청년 3인의 운명
강력한 항의
원산항… 만경봉호 꿈
인민의 지상낙원
부록
등장인물
소설 배경장소
저자소개
책속에서

독고기백은 마음 속 조용히 품은 북조선 귀국 문제로 어머니와 갈등이 심했다. 초기에는 사실 자기처럼 대학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여동생과 함께 귀국선에 승선하려고 계획을 했었다. 그것이 경제적으로 어머니를 조금 돕는 선심으로 생각해서다.
그러나 자기의 북조선행 귀국선 승선문제를 어머니가 한사코 반대하자 여동생은 마음을 달리했다. 슬하의 자식 둘이 동시에 어머니 곁을 떠나면 향후 홀어머니가 고생을 할 것 같아 여동생은 손사래를 쳤다. 자기도 돌아설까? 하고 고뇌하던 독고기백은 어느 날 조총련의 귀국사업 설명회에 참가하고 배에 오를 결심을 확실히 굳혔다. 무엇보다 대학공부를 무료로 할 수 있어서다. 그는 자기의 꿈인 공부만 할 수 있다면 북조선이 아니라 세상 어디든 갈 기세이고 배짱이다.
독고기백이 말한다.
“이제 북조선으로 가서 나는 대학생이 되고…”
“나는 멋진 자동차 운전수가 되고…”
“그러면 일본의 친구들이 우리를 많이 부러워하겠지.”
“그거야 물론이지.”
“나는 기계학자가 되고파. 일본 놈들 과학기술이 좀 발전했다고 다른 나라를 얼마나 깔보고 무시하는지 너도 알지?”
“응! 그건 사실이잖아.”
“저! 일본 놈들의 콧대를 팍! 꺾어놓고 싶어.”
“정말? 대단한데…”
“요즘 째포들의 마음과 동향은 어떤가요?”
순간 낯 색이 변하는 조춘심.
“어머! 내무원 동지도 우리를 ‘째포’로 불러요?”
“허허! 다소 불쾌한 기분인가 보지요? 사실 그게 ‘재일동포’의 약자 ‘재포’인데 억양을 강하게 ‘째포’로 부르죠.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렇게 나쁜 표현은 아니지요.”
“어머! 그래요?”
“굳이 비교하면 일본인들이 우리를 ‘조센징’으로 부르는 것과 같죠. 번역하면 ‘조선인’인데 그게 왜 나쁜가요?”
“호호! 그러네요.”
조춘심이 조금은 안도하는 눈빛이다.
북조선 인민들이 자기 같은 귀국동포를 지칭한 ‘째포’라는 소리이다. 주변의 일부가 당사자들 앞에서보다는 뒤에서 흉보듯이 몰래하는 잡담이기도 하다. 주로 일상서 어떤 부정적인 일이 있을 때 소곤소곤 들려온다. 인간이 감정을 가진 동물인지라 인격비하적인 어감의 그런 소리를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자기도 그동안 ‘째포’ 소리를 들으며 다소 불쾌했다. 그런데 오늘 공화국 내무원(경찰)인 연창식한테서 ‘째포’의 뜻을 확실하게 알고는 마음을 달리해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이제부터 자신의 생각을 바꿀 것이다. 주변에서 자기를 째포로 부르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 안 그러면 자기만 손해가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