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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58792596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26-10-01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 여성 다음 차례였던 기모노 차림의 초로의 남성이 갑자기 묘한 사죄의 말을 했던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실은 오늘 모임의 맨 마지막까지 이 이야기는 아껴둘 생각이었습니다. 요컨대 백물어로 말하자면, 마지막인 100번째 이야기로 삼기에 어울린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호오…… 하고 감탄하는 듯한, 기대하는 듯한 분위기가 그 자리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어쩐지 무서워지는군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누군가가 묻자, 남자는 정말로 겁에 질린 표정을 짓더니,
“백물어에서는 100번째 이야기를 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촛불을 끈 뒤에 진짜 괴이 현상이 일어난다……. 그것은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라면 물론 알고 계시겠지요.”
희미한 초승달이 떠 있는 어두운 밤, 조명이 없는 방에 모인 예닐곱 명 모두가 안 쪽을 향해 둥글게 둘러앉는다. 그리고 한 명씩 돌아가며 괴담을 이야기하고, 이야기가 하나 끝날 때마다 다른 방에 준비한 100자루의 촛불을 하나씩 꺼나간다……. 그런 괴담 모임이 백물어(百物語)다.
이야기를 하는 방과 사방등을 켜둔 다른 방 사이에는, 역시 조명이 없는 새까만 곁방을 중간에 두어야만 한다. 이 세 개의 방이 토호쿠 지방의 마가리야(曲り家) 처럼 낫처럼 굽어져 있는 형태면 이상적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직선으로 늘어서 있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두 방 사이에 반드시 빈방을 두고, 또 그 세 방들의 문이나 장지를 모두 열어두는 것이다.
괴담을 하나 마친 사람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새까만 공간을 더듬어가며 나아가서 곁방을 지나 촛불이 있는 방까지 간다. 새하얀 종이를 붙인 사방등 안에는 등유 접시 안에 100자루의 촛불이 방사형으로 놓여 있는데, 그중 한 자루만 빼서 불을 끈다. 그리고 사방등 옆에 놓인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자기 모습이 비치는 물건이라면, 거울이 아니라 물이 담긴 통이라도 괜찮다.
짐을 치우고 바위 구석에서 나와, 병풍암 왼쪽 가장자리까지 이동해서 얼굴을 살며시 절반만 내밀었다. 강물이 흘러오는 저편으로 세 개의 병풍암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세 번째 바위 너머에서 아주 기이한 기척이 강렬하게 전 해져왔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윽고 바위 너머에서 그것이 모습을 나타냈다.
나는 눈에 비치는 광경을 곧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도 뇌가 한순간 큰 혼란 에 빠졌던 것이리라. 무엇을 보고 있는지 간신히 알아차린 뒤에는 내 눈을 의심했다.
장송행렬.
어떻게 보아도 장송행렬로 생각되는 사람들이 강물 속을 걷고 있었다. 이쪽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장송행렬이었다.
이 지역의 풍습일까?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장송행렬이 강물 속에 들어올 리가 없는데. 설령 이 지역의 풍습이라고 해도 저 행렬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 강이 도달하는 곳은 폭포 웅덩이다. 장송행렬이 내려갈 수 있는 장소는 어디에도 없었다.
선두에 절의 기수와 제등잡이가 있고, 그 뒤를 승려가 따라 걷고……. 그렇게 인식하자마자 나는 황급히 고개를 뒤로 뺐다.
들켰을까?
한순간이라고는 해도 얼굴을 내민 채 딱 굳어 있었다. 그랬으니 기수나 제등잡이에게 들켰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물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하며 조금 전의 병풍암 구석까지 돌아갔다. 두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불경을 외면서 저것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몸을 숨기면서도 시선만은 오른편을 향하고 있었다. 도저히 시선을 뗄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