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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2456
· 쪽수 : 123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해무
윤회
송곳
화병
벚꽃 족적
외계
졸음, 하엽, 음표
위
호수 빌라
묵전
진흑
하안거
불의 씨앗
합죽선
끝
신도림역을 지나 다시 식당으로
붉은 실
나귀의 말
차가운 손톱
물소리
졸음의 지점
암자
공원을 지나는
눈물의 상류
잠버릇
모개
제2부
새
담백한 삶
첫
주술
춤추는 나무
생각나무
특수상대성이론
미풍
반송
바람을 구기다
와글거리는 시간
기형
채집
목등
계약직
농담
이명
중력
상
늪
문
내가 내게 말을 걸다
밥상
동거
해설 - 잔여의 애잔, 안서현(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채집
물속으로 흘러든 소리들을 잠잠히 들어본다
수많은 소리를 채집했을 물의 능력
투명한 자력이 있어 산 그림자와
몇 채의 인가(人家)를 달고 있다
때때로 바람 냄새가 묻어 있는 것을 보면
흔들리는 것들, 다 물의 채집을 돕는 일족이겠다
긴 시간 흘러왔을 물길에는 수많은 소리가 붙어 있다
흐르는 만큼 쌓이는 물가
종(種)과 계(界)의 일상이 그대로 모여 물길이 붐빈다
물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나
천렵을 끓이고 있는 양은솥의 들썩임
버들가지가 일필휘지로 물결에
주석(註釋)을 달고 있다
한 권의 책으로 붙은 물의 페이지
붐비는 물과 물 사이에는 경계가 없다
타지에서 흘러왔을 물길은 또 다른 타지로 흘러간다
물의 길에는 이정표가 없고
흐르는 내력의 편도만 있을 뿐이다
오후가 되고
물의 그늘은 너무 깊은 곳에 있어
주변의 어둑함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강
저녁의 어둠과 아침 채집을 반복해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텅 비어 속이 다 보인다
하나둘 불빛들이 물가에 다다라 불을 켜고 있는 반짝거리는 채집
[시인의 산문]
누군가 누설한 신화 속 얘기들, 요정과 괴물도 구분할 수 없는 불편한 지각. 옛 얘기의 기자(記者)는 내 귀에 알 수 없는 소리를 늘어놓고 있어. 수십 수만 개의 눈[目]으로 만만(滿滿)히 부서진 파편들. 파편들이라는 말이 더 편파적으로 들리는 까닭은 내 생이 파편적이기 때문이지.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순간까지 서사된 시간, 역사라는 이름의 셀 수 없는 파편들. 그래, 내 문장은 그 파편의 일부를 모방하는 것뿐이야. 스스로 평한다면 천박한 노스탤지어, 솔직하지도 특별할 것도 없는 신파(新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