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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소설론
· ISBN : 9791158962784
· 쪽수 : 200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_ 5
#1 개 _ 13
#2 공장 _ 21
#3 극장 _ 29
#4 냉장고 _ 35
#5 도서관 _ 41
#6 독서 _ 48
#7 돈 _ 57
#8 동물원 _ 63
#9 라디오 _ 72
#10 라면 _ 80
#11 매뉴얼 _ 87
#12 산책 _ 93
#13 야구 _ 100
#14 엘리베이터 _ 112
#15 엘피판과 턴테이블 _ 119
#16 외계인과 UFO _ 126
#17 우이동 _ 136
#18 일요일 _ 141
#19 지하, 혹은 지하실 _ 149
#20 책 _ 159
#21 크리스마스 _ 166
#22 피아노 _ 174
#23 하루 _ 182
작품 _ 191
참고서지 _ 196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쯤 되면 작품 속의 이 냉장고는 단순한 사물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내가 냉장고의 ‘강력한 발언권’을 인정하고 ‘냉장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것도 바로 냉장고를 무한한 우주에 생존하는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으로 보자면 냉장고는 인간과 세계에 관여하며 나름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즉 오랜 ‘냉장의 역사’를 거쳐 ‘환상적인 냉장시대’의 개막을 알린 냉장고는 소설 속에서 모순된 세상사를 바로잡으려는 냉엄한 혁명가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4. 냉장고」 중.
도서관은 거대한 고래 뱃속이었다. 북향의 그곳은 한낮에도 햇빛이 들지 않아 전체적으로 어두컴컴했다. 천장의 히터가 가동되고 있음에도 난방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은 이유는 근본적으로 광량(光量)이 부족한 탓이었다. 거기에 들어앉은 사람들은 심해의 플랑크톤처럼 매우 천천히 부유했다. 그 누구도 서둘지 않고 조심스럽게 좌석에 앉아 책을 읽거나 서가를 유영했다. 〈정숙〉은 고래 뱃속에서 최고의 불문율이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도서관의 풍경은 그랬다. ―「#5. 도서관」 중.
한 개인에게 이토록 소중했던 라디오를 한물간 뒷방 노인으로 취급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라디오 채널을 돌릴 때 나는 잡음이 “먼 우주에서 폭발한 성운들이 내지른 단말마의 소리”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라디오를 만지작거리는 행위의 의미도 한결 증폭된다. 성운은 죽음에 이르는 폭발을 할 때 우주 공간 전역으로 강력한 미립자 복사 에너지를 내보낸다. 그때 다른 대륙 상공의 번개에서 나온 전자기파가 상층대기를 따라 움직이다 라디오 전파에 잡혀 걸려들기도 한다. 라디오를 듣는 행위는 이처럼 미지의 대우주와 교감을 나누는 성스러운 의식일 수도 있다. ―「#9. 라디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