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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3576
· 쪽수 : 112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코르시카 장인의 칼 13 마술사 K 14 여우 사냥 15 종소리는 어느 깊이에서 잠자는가 16 백조자리 캠핑 18 우주로부터 시가 쏟아져 내렸다 19 나의 첫 번째 꿈 20 2악장 21 불발탄 화분 22 북카페, 북스피리언스 24 피리 자서전 25 남기고 싶은 서책 26 무언가(無言歌) 27 그물을 던지고 28
제2부
이태준家 31 청자상감모란국화문과형병 32 페사와르 시장의 찻집 34 박물관으로 간 오두막집 35 우포늪 36 북방긴수염고래가 시인에게 38 여름, 참회 39 경전(耕田) 40 감은사지 삼층석탑 42 가야에 가야금이 있었네 43 박경리 문학공원 44 유충의 배 46 피아노의 섬, 백건우 47 부채 속에 숨겨둔 바람 48 전주한옥마을 49 한지 50
제3부
어떤 시인의 초상 53 빛나는 선물 54 한 예술가의 초상 55 예보 없이 비를 맞다 56 꽃잎 화석 57 한파주의보 58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 60 복사꽃 편지 61 트라우마 62 지구 사리 64 꽃씨 65 옷 66 물과 바람의 길 67 캄보디아 따프롬(Ta Prohm) 사원 68 꽃몸살 69 선운사 배롱나무 70
제4부
아버지의 편지 73 춘포 시절 74초승달 이야기 75 기일 아침 76 자목련 77 도라지꽃 78 고인돌 앞에서 79 불꽃 삼매 80 종이비행기가 내게 날아든다면 81 운주사 82 소문 83 수선화, 날다 84 나는야 85 초원, 이야기 86 대위법 87 여분의 단추 88
해설
시간의 두께, 처음의 언어 89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정복선의 시에 계속 출몰하는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시간’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시집은 시간의 묵시록이고 명상록이다. 그의 시간은 먼 전생 혹은 그 이전까지 잇닿아 있으며 그의 시선은 먼 출발지에서 현재에 이르는 시간의 철로에서 떠나지 않는다.
은하(銀河)의 뜰
지난 생에서 그린 새소리가 밀봉되어 있다
전전반측,
이 꿈이 언제 깰지 모르겠고
어머니 수놓으신 베갯모 꽃밭을 건너서 가보자
-「나의 첫 번째 꿈」 전문
그의 시간은 구심(求心)이 아니라 원심(遠心)을 향해 있다. 그의 시간은 먼 외곽으로 확산되고 폭발하는 시간이다. 그의 시간은 ‘지금 여기’가 아니라 “은하(銀河)의 뜰”로 확장되어 있다. 확장된 시간에 대한 그의 탐구는 무의식적(“이 꿈”)이다. 그는 의식/무의식을 넘나들며(“전전반측”) 시간을 탐측한다. 그는 광대한 시간의 바다에 그물을 던진다. 그것은 마치 현상학적 에포케(epoche)처럼 찰나의 접점을 노리는 행위이다. 그는 판단과 가치의 장식을 버린 주체가 되어 시간과 대면한다.
정복선에게 있어서 사물들은 완결된 것이 아니라 무엇 ‘되기(becoming)’의 과정에 있다. 그것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크로노토프의 도상(途上)에 있다. 정복선의 시적 주체는 크로노토프의 길 위에서 미끄러지는 사물의 변화를 추적한다. 그것은 먼 과거에 대한 호기심과 현재의 의미에 대한 질문,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탐측을 보여준다.
무엇을 향해 진화하고 있던 걸까
파충류와 포유류를 거쳐 우리가 인간이 될 수 있었다는 학설처럼
저것도 처음부터 포탄이 되려는 건 아니었을 거야
상아나 일각고래의 엄니가 되고 싶었든가 아니면
장난치다가 삐끗 추락한 우주선일 수도 있어
바나나를 길게 가르듯 몸을 반으로 나누어
평상심의 테이블이 되고 벤치가 된 그 자리에
문득 가서 앉는다 혼자서 견디는 삶 오늘도 저어가는
삶이라는 1인승 카약의 배(腹)에도 당신이 와서
씨를 뿌린 건 신기(神技)다
불을 통과한 물처럼 고통도 다하면 노래가 되는지
한 생애가 기울면 다시 날아오르고 싶은지
온몸 가득 출렁거리는
대지 꽃 풀
호치민 루트를 헤치며 다음 세기를 위해 초승달 배가 떠간다
-「불발탄 화분」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