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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9051807
· 쪽수 : 165쪽
책 소개
목차
발간사-이국언
수기
16세 소년과 징용 영장
검은 탄광촌
죽음의 미쓰비시 탄광
비참한 죽음들
꿈에서도 그리운 고향
1차 탈출 시도
철조망을 넘어
차라리 죽여라!
귀향
수기를 마치며
자료
추천사 야노 히데키(矢野秀喜)
책속에서
“감독님, 우리 먼저 내보내 주십시오. 사람이 곧 죽게 생겼습니다. 한 번만 봐 주십시오.”
그러나 그 감독은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귀싸대기를 올려붙였다.
“뭐라고? 버러지 같은 이 조센진 새끼. 여기가 어딘 줄 알아. 막장이야 막장. 안 돼.”
그러나 나는 계속해서 그 감독에게 엉겨붙었다. 울며불며 통사정했다.
“감독님, 제발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저놈이 살아나면 더 많은 석탄을 캘 거 아닙니까.”
나는 목욕을 한 뒤,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그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댓바람에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묻는 말엔 대꾸도 없이, 내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한 소년이 조심스럽게 되묻는 거였다.
“당신도 사람입니까?”
그날 우리는 즉석에서 돈을 추렴해서 황소 한 마리를 잡았다. 조국이 해방됐으니 잔치를 벌이자고 누군가 제안한 것이었다.
그날부터 귀국하려는 동포들이 시모노세키 항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시모노세키 항은 일본군과 미군이 설치한 기뢰 때문에 배가 일체 떠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없이 규슈 후쿠오카 시내 하카타 항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하카타 항 부두에 가 보니 만주와 한반도에서 돌아오는 일본인들, 그리고 조국을 향하는 한국인 노무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