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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59053320
· 쪽수 : 392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아, 조선
제1부 골고다로 가는 길
제2부 피난민
제3부 절망의 저편
부록
작품 해제
참고문헌
책속에서
폭격과 포탄 공격으로 온통 진흙 벽만 남은 마을에 진을 쳤을 때, 성일은 무너진 토담 뒤쪽과 지붕이 없는 진흙 벽 안에 시체들이 뒹굴거리고, 시체의 악취 속에서 왕―하고 날아오르는 똥파리 무리를 보았다. 시체의 복장은 가지각색으로 겨자색이며 카키색이 있는가 하면, 인민군과 한국 병사 중에는 유럽 인종도 섞여 있어 백병전의 흔적이 역력히 연상되었다. 그는 코를 감싸 쥐듯 한 채 병대가 보이는 곳으로 나가 엎드려 있었다. 도저히 전쟁 같은 것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비참했다. 어떻게든 해서 포로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는 저쪽의 적진을 희망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피난 중이던 겨울에 있었던 이야기가 계기가 되어 남자는 장사도 잊어버렸다. 방을 찾는 게 얼마나 힘들었던지 “부산 것들은 같은 동포라고 생각 안 해” 하면서 부산 사람들이 얼마나 박정한지에 대해 한바탕 이야기를 했다. 동래온천 가까이에 “방을 강제로 빼앗아” 살고 있고, 아내와 아이 넷을 발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길다랗게 말했지만, 성일은 단 10분만이라도 좋으니 누워 자고 싶다고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월남했지만 의지할 데가 없어 헤맸지. 북한에서 월남한 자들이 서북청년단이라는 걸 조직했어. 이자들은 김일성에게 원한을 품은 반공 귀신이 되어 있었으니까 그 단체의 성격은 자연히 극우가 되고 백색 테러단이 되었지. 난, 어디까지나 진보주의자이고 극우민족주의로는 기울지 않아. 진보적인 노동조합 안에 이 테러 단원이 잠입해 조합을 탈취하는 것을 몇 번이고 보는 동안, 난 이승만의 반동성을 똑똑히 보았어. 대한노동자총동맹이라는 게 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