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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59099854
· 쪽수 : 404쪽
· 출판일 : 2020-04-23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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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내려 아무리 애써봐도 번쩍이던 색색의 불빛과 쿵쿵 울리던 저음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가 무거워 다시 침대로 가서 눕고 싶었지만 입에 남은 구토의 흔적을 헹궈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나는 세면대 앞에 서서 칫솔을 집으려다가 멈칫했다. 혹시 이러다 증거가 훼손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무엇에 대한 증거란 말인가? 자꾸만 떠오르는 질문을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마음속에 울리는 날카로운 목소리는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제대로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틀었다. 흐르는 물에 불길한 생각을 씻어내고 싶었다. 떨리는 손을 흐르는 물에 가져다 대자 말라붙어 있던 피가 씻겨나가며 물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붉게 변한 물이 소용돌이치며 배수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손톱 밑에 뭔가가 있다. 흙인가? 아니면 피? 나는 무의식적으로 칫솔을 집어 들고 손톱이 깨끗해질 때까지 닦아냈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더럽게 느껴졌다. 깨끗해지고 싶었다.
나는 내가 지금 벤의 얼굴도, 내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상태라는 사실을 힘들게 설명했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약물을 먹이고 나쁜 짓을 한 걸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수치심이 밀려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머릿속에서는 더 어둡게 뒤틀린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동생에게 이런 얘기를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예전 그 사건 이후 주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던 눈빛을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그 안에 담겨 있던 동정심, 또는 혐오. 벤에게서 그런 눈빛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