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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자기계발 > 취업/진로/유망직업 > 국내 진학/취업
· ISBN : 9791159251078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5-11-20
책 소개
목차
책을 시작하며
제1부 아무도 알려줄 사람 없는 시골마을 이야기
1. 로마법보다 더 강력한 ‘시골법’ 13
2. 길은 길이되, 사실은 진짜 길이 아닌 시골길 16
3. 죽었다 깨어나도 혼자선 못 사는 세계 25
4. 시골 땅을 부동산으로 볼 수 없는 이유 32
5. 십칠만오천 원짜리 밭은 비싼가? 싼가? 40
6. 집: 내가 살 자리를 터전으로 살아온 뭇 생명들과의 동거 47
7. 시골에서 집짓기 55
8. 이장을 알면 시골살이의 길이 보인다 62
9. 시골공동체의 급격한 변화: 마을사람 되려면 삼대(三代)까지 걸릴 필요 없다 72
제2부 농사를 알아야 시골을 알지
1. 농사, 도저히 다 알 수 없는 무궁무진한 것 81
2. 오식(五食)이-아침도 있고 점심도 있고 저녁도 있고 새참도 두 번이나-있는 삶 85
3. 경쟁과 협력: 농사는 모두가 함께 이겨야 하는 진땀나는 경주(競走) 88
4. 초보농사꾼의 슬픔: 풍년이라 서럽고, 흉년이라 애통한 이유 95
5. 시골살이는 산 만큼 이익: 결국에는 버티는 농부가 살아남는다 99
6. 농민에게 월급을 주는 일은 정말 꿈같은 일일까? 107
7. 농업.농촌.농민-삼농(三農)은 마지막 사회 안전망이다 111
제3부 이장이 된 엉터리 농부의 귀농이야기
1. 귀농을 준비하는 시간? 귀농을 즐기는 시간! 119
2. 명당은 만드는 것 123
3. 누가 귀농생활을 단순하다 했는가? 128
4. 이장이랑 정분나야 온 마을에 정분 든다 132
5. 쉽지 않은 공동체: 마음 맞는 사람끼리 귀농해도 성공률은 낮다 135
6. 시골 가면 뭐 하고 싶으세요? 139
7. “너무 빨리 내닫거나 느리지도 않게” 마을과 농사에 친해지기 143
8. 땅이 주는 위안과 평화 147
9. 풀, 지구를 지키는 전사 152
10. 화천군 용호리에 자리 잡다 158
11. “귀농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한가요?” 162
12. 유기농산물 직거래한 소비자의 항의전화가 칭찬전화로 뒤바뀐 사연 166
13. 농사지으면서 얻은 깨달음: 화(火)를 보다 170
14. 억 소리 나는 인삼농사 마을 인심이 흉흉해진 까닭은? 174
제4부 희망 찾아 사만오천 리
1. 농촌 총각이 장가가기 힘든 진짜 이유 179
2. 성공한 귀농, 실패한 귀농의 기준은? 188
3. 친환경 농사꾼에게 속박이를 허하라 193
4. 시골 이장 쿠바 유기농 유람기 201
저자소개
책속에서
제가 볼 때 좋은 땅은 무조건 남향 땅입니다. 지적도에 땅까지 가는 길이 있어야 하고, 땅 모양이 정방형에 가까운 예쁜 모습이면 좋습니다. 남향, 길, 정방형. 이렇게 세 가지를 갖추면 좋은 땅이라고 봅니다. 땅의 방향은, 인접해 있는 산을 등지고 섰을 때 보이는 방향입니다. 내 맘대로 서서 남향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시골에 몇 년 살아봐야, 우리가 흔히 ‘개응달’이라고 부르는 그늘진 땅이 얼마나 살기 힘든 곳인지를 안 후에야 왜 그렇게 남향, 남향 하는지 이해하실 겁니다. 천지는 불인(不仁)해서 사람 알기를 짚으로 만든 개로 안다는 노선생 말씀, 아직 기억하시죠?
현장에 가보니 길이 있다고 길 있는 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지적도를 꼭 떼어 봐야 합니다. 누구 말도 믿지 말고 무조건 내가 직접 지적도를 떼어 봐야 합니다. 지적도는 군청이나 시청에서 뗍니다. 지적도 뗄 때 토지대장하고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함께 떼어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군청에서 걸어 갈 수 있는 거리에 등기소가 있습니다. 시청일 경우는 등기소가 멀어서 차를 타고 가야 합니다. 등기소에 가서 등기부등본을 떼어서 확인합니다. 지적도, 토지대장,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등기부등본. 이 네 가지 서류는 웬만하면 직접 떼어서 그 내용을 다 이해할 때까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다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걸어 다니고 차 타고 다니는 게 좋지 않습니까? 왠지 더 시골에 가까워지는 것 같고 기분이 삼삼합니다.
땅 모양은 다들 아시겠지만 정방형 땅이 가장 쓸모가 있습니다. 삐죽한 땅이나 길쭉한 땅 등등은 참 써먹을 게 없습니다. 눈짐작으로 평수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류에는 천 평이라고 돼 있는데 실제 가서 보면 산이 잡아먹고, 내가 잡아먹고, 비탈이 잡아먹어서 500~600평이나 겨우 될까 말까 한 땅이 많습니다. 그러면 평당 10만 원이라고 값을 치러도 실제로는 20만 원을 낸 셈입니다. 쓸 수 있는 땅이 그만큼뿐이니까요._ <17만5천 원짜리 밭은 비싼가? 싼가?>
“아, 아, 용호리 이장입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오늘은 마을 대청소가 있는 날이니까 아침밥들 잡수시는 대로 마을회관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일하는 날이 있습니다. 빠지면 안 됩니다. 빠진다고 해서 법적인 제재가 있는 건 아니지만 두고두고 “부역도 안 나온 놈”이라는 욕을 얻어먹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부역 나가서 일을 쎄빠지게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닙니다. “부역 나가서 땀을 흘리면 삼대가 망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서로 해가면서 낄낄대고 그럭저럭 대충 일 해치우고 부녀회에서 준비한 음식 먹으면서 막걸리도 한잔 걸치는 재미난 자리입니다.
시골생활과 도시생활이 가장 다른 점은 아마도 이런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보통 70호에서 100호 안팎으로 이루어진 행정구역 최소 단위인 리(里)는 직접민주주의에 기초한 생활 공동체입니다. 리의 우두머리는 누구나 잘 아는 이장입니다. 연말에 모든 주민으로부터 징수하는 동곡은 이장곡과 반장곡으로 나누는데, 이장이 한 말 반, 반장이 반말을 갖도록 합니다. 이장과 반장은 마을 주민을 위한 일종의 봉사직이기 때문에 마을 주민이 모두 이장과 반장의 노고를 인정하고 고생했다는 보답으로 동곡을 내는 것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동곡을 내지 않으면 마을 주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러니 시골로 내려가서 누군가 집으로 찾아와 동곡 걷으러 왔다고 하면 반갑게 맞아들이시고, 뭐라도 먹을 것도 대접해드리고, 동곡도 기꺼이 납부하셔야 합니다.
간단한 행정 서류를 떼거나 하는 일은 도시와 다를 바 없지만, 뭔가 민원의 성격이 있는 일을 처리할 때는 보통 반장, 이장을 거쳐서 면사무소 공무원과 협의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습니다. 면에서 해결이 안 되면 군으로 올라갑니다. 이러한 절차를 잘 모르고 도시에서처럼 면사무소나 군청을 찾아가서 직접 일을 처리하려 들면 설령 일이 성사가 된다 하더라도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마을을 대표하는 이장을 무시한 처사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귀농하시는 분들이 땅을 사고, 집을 짓는 과정에서 여러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간혹 마을 주민과 마찰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럴 때 마을 이장님께 도움을 청하거나 중재를 요청하면 한결 수월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장은 신(神)이 아니어서 마을 사람 모두와 친하지는 않으니까 이장이 그 사람과 가까운지 먼지를 먼저 살피고 부탁을 해도 해야 합니다._ <이장이랑 정분나야 온 마을에 정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