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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9257148
· 쪽수 : 404쪽
· 출판일 : 2022-01-27
책 소개
목차
에피소드 1 포토푀
에피소드 2 갈레트 데 루아
외전(外傳) 영웅의 기억
책셰프 정가일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미안하지만 당신이 우리를 찾았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당신이 이곳을 찾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신에게 이곳을 찾게 한 겁니다.”
“뭐라고요?”
믿기 힘든 말이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전 세계의 정보원들에게 ‘고독의 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돈을 썼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당신에게서 영원히 숨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숨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친구로 만드는 겁니다.”
이철호 회장은 그의 말을 더욱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처음, 프랑수아에게 레메게톤과 비밀조직의 음모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바로 조사를 시작했고, 위치를 알았다는 보고에 직접 달려왔다. 하지만 경비원에게 발견되었고 총탄세례와 몽둥이찜질을 당했다. 그런데 자신이 초대를 받았다니 앞뒤가 안 맞았다.
“친구를 만드는 것치곤 과격하시군요.”
“그 점은 사과드리죠. 경비원이 당신의 위성 전화를 발견하고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이 가지고 온 장비는 일반적으로 음성만 송출하는 위성 전화가 아니라 영상까지 송출이 가능한 기기라서 큰 위협이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참고로 그 경비원은 일주일 동안 후식을 금지당했죠.”
자끄가 거들었다.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여기는 비밀장소니까요.”
라파엘이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그런데 그 비밀의 장소에 저를 초대했다고요? 어떻게 저를 아셨나요?”
“우리는 당신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프랑수아의 친구이고 우리의 계획에 대해서 들었다는 것도 압니다.”
“프랑수아가 당신들하고 한편이라는 건가요?”
“아니요. 프랑수아는 자신의 의지로 일하고 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그의 아버지 장처럼 우리의 의지와는 상반되는 입장이죠. 처음에는 한국에 가서 실패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기발한 방법으로 성공했더군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처럼요.”
“정보력이 대단하시네요. 프랑수아가 아니면 어떻게 나나 친구들 정보를 얻었습니까?”
“한국에도 우리의 친구가 많이 있습니다. 고위층에도 있죠. 우리의 다음 행동이 한국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정보수집을 철저히 하고 있죠.”
“다음 목표가 한국이라고요? 도대체 뭘 노리는 겁니까?”
이영은 모두가 잠든 새벽, 혼자서 작은 배낭을 메고 처소 밖으로 나갔다. 그 뒤를 애완 까마귀가 따라붙었다. 이영은 먼저, 상선과 당직 사령들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차량기지의 주차장으로 가서 휘발유 한 통을 배낭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 유유히 발길을 돌려 지하의 통제실로 향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보았지만, 이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까마귀를 어깨에 올린 채 걸어가는 이영의 모습은 그저 잠이 오지 않아 산책을 나가는 황자의 모습으로만 보였다. 그는 태자시험에서 패했다. 잠이 안 오는 것은 당연했다.
이곳을 지나려면 각자의 보안등급에 맞는 손바닥 지문이 필요하다. 그중에서 모든 보안등급을 통과할 수 있는 열쇠가 있는데, 바로 왕과 태자만 가진 손바닥의 ‘용문장’이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던 이영은 손의 붕대를 풀고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용문장을 통제실로 향하는 지하 통로의 입구 스캐너에 가져다 댔다. 한참 동안 반응이 없어서 긴장했지만, 마침내 ‘딩동’ 하는 신호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보안등급, 태자. 출입을 허가합니다.”
인공지능의 목소리를 들으며 안으로 들어간 이영은 긴 복도를 걸으며 준비를 시작했다. 건물 내부에서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통제실(Control Room)은 인공지능으로 관리되어 기본적으로 사람이 없어도 작동하도록 되어 있었다. 사람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 이휘가 만든 시스템이었다. 하루에 두 번씩 기술팀이 들어가지만 상주하지는 않음을 알고 있던 이영은 이곳을 복수의 시작점으로 잡았다. 외부에 침입자가 있으면 긴 복도에 몇 겹의 보안장치가 작동되겠지만 최상위 보안등급을 가진 이영은 지루할 정도로 아무 문제 없이 통과했다. 복도에는 오페라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 라단조 ‘진노의 날’이었다.
이휘는 딸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갓 태어난 이선(仙)을 제외한 네 명의 공주들이었다.
첫째인 이정(政)(12), 둘째 이설(設)(10), 셋째 이진(眞)(6), 넷째 이령(嶺)(5)까지 네 명의 공주들과 영은 차례로 인사를 했다. 영의 나이는 일곱 살로 셋째 이진보다 한 살이 많았다.
장녀 이정은 착하고 마음이 여린 편이었고, 이진은 명랑한 말괄량이였다. 자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둘째 이설이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이기도 했지만, 항상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에, 운동까지 잘하는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이영보다 세 살이 많아서 더욱 의젓하게 보이기도 했다.
“황실엔 남녀 구분이 없다. 그러니 남자라고 특별대우를 받을 생각은 하지 마라. 다른 형제들의 인정을 받으려면 열심히 해야 하느니라!”
이영이 쭈뼛거리며 서 있자, 이휘가 그를 나무랐다.
“어른이 말씀하시면 머리를 숙이면서 대답해라!”
“네! 아버님!”
이휘의 말에 이영은 얼른 머리를 숙였다.
“황실에서는 어른을 마마라고 부른다! ‘아바마마’라고 불러라!”
“네, 아바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