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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0원으로 사는 삶 1](/img_thumb2/9791159257636.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9257636
· 쪽수 : 222쪽
· 출판일 : 2023-04-25
책 소개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세계의 확장
빈집살이 * 먹고살기 * 가슴이 원하는 일 * 돈이 사라진 세계
I 시스템에서 자연으로
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돈이 없으면 삶도 없는가
먹을 것과 지낼 곳이 필요해 * 돈 없이 먹고 자고|하루의 시작과 끝|중요한 것|충분하다
사랑받고 싶어서
이동수단: 선행이라는 나비를 타고
0원살이를 선포하다
0원살이 프로젝트 규칙
2 무엇이 더 이상한 세상인가
팅커들의 숲
이곳에서는 나 혼자만 불편했다
세상 가장 아름답고 조화로운 집
팅커스 버블의 원칙
‘없음’과 ‘부족함’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의 차이
경고! 오지 마십시오.
소지품 검사
의심해야할 것: 먹거리 * 농업|축산업|어업|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크리스의 철학 * 인간의 존재 양식|소비로 소모하는 인생|사랑이 뭘까
3 런던에서 쓰레기로 생존하기
급진적 주거 네트워크 * 경솔한 자찬|보트 피플|월세 보트살이
스 큇팅: 버려진 집 빌려 살기 * 무소비 커플의 데이트|제이-메이 아지트|노숙자 말고 스큇터
스킵 다이빙: 돈 없이 주린 배를 채우는 방법 * 쓸모 있는 쓰레기통에 풍덩!|사람들의 시선|버려진 음식을 구조하는 스킵 다이버|먹고도 굶어 죽는다
다시 태어나는 자전거: 버려진 자전거 재조립하기
프리건: 자유로운 무소비주의자 * 정통 프리건|낭비 제로, 제이-메이 아지트|불매 투쟁|믿음과 용기
4 자연으로
시끄러운 것은 마음: 7일간의 도전 * 단식 No Food|캠핑 No Shelter|노잼 No Fun|자연의 최면|블루벨 계곡에서|빛으로 가득 차올라
퍼머컬처: 자연을 닮은 집, 자연을 닮은 삶 * 자연을 섬기는 삶|자연을 닮게 하라|관찰하라|다양성:자연이 일하는 방식|연결|야생은 야생으로 내버려두라
생태건축, 흙집 * 자연 재료|심미감:흙의 모양과 쓸모|내 손으로 만드는 집
자연에서 생존과 사랑을 구하다
II 자연에서 우주로, 웰컴 홈
1 집으로
영국을 떠나다: 독일, 폴란드 * 새로운 ‘집’을 찾아|집에 온 걸 환영해요|베를린 고! 히치하이킹|믿기로 한 마음, 히치하이키즘|흐르는 여정
벌거벗은 자연인의 숲: 리투아니아 * 웰컴 홈, 시스터|레인보우 개더링|레인보우 지침 하나: 촬영 금지|레인보우 지침 둘: 화학 제품 사용 금지|레인보우 지침 셋:내 똥은 내가 가리자|레인보우 지침 넷: 그것이 바로 당신의 일|레인보우 타임, 시간과 기다림이 존재하지 않는 곳|알몸과 성|살아있는 진동, 레인보우의 음악|불필요한 인사치레가 필요 없는 곳|연결의 주문
지혜로운 사람과의 대화: 슬로바키아 * 나의 세계|넵튠과의 대화, 해방|흐름에 맡기고
2 저절로 일어나는 일
히피들의 움직이는 성에 올라타: 헝가리 * 레인보우 패밀리|히-피: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몰라|땅 위의 천국
합법체류자: 세르비아로 가자 * 경찰서 소동|합법 체류 축하 의식|시리아 난민 가족|저항과 순응|걱정하지 않는 사람들|물 마시는 로지
정화 과정 * 천상의 계곡|안녕, 우리들의 움직이는 성이여|묵언 인터뷰|치유 의식
생존과 사랑을 초월한 세계
3 우주는 모든 것을 준비해 놓았다
흐름을 믿는 연습: 세르비아 * 피난민이 아닌 자만 보호받는다|분리된 세상, 평화의 열쇠를 찾아서|경계 없는 세상
고생과 기적은 함께 온다: 마케도니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 그리스 * 비건 공동체 프리 앤 리얼|완전 채식
곰돌이 푸의 일상
무전살이 1주년, 그 이후 * 재탄생 기념일|귀향 여정
마치며: 내가 사는 세계
무소비 여정은 계속된다 * 무소비주의자|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신’의 증거 자연, ‘신’의 도구 마음
모든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 * 전염병|전쟁|식량 위기|에너지 위기|최악의 위기는 최고의 기회
소비를 멈추자
자급자족 생계
깨어남
책을 만들며 도움 받은 것들
다큐멘터리: 채식, 음식산업, 기후위기 관련 | 책 | 이 외에 영감을 준 영화와 책 | 무전여행에 유용한 사이트 및 단체
주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세 채의 시골집을 손수 고쳐 살았다. 첫 번째 집은 한반도의 엄지발가락 즈음에 있는 누추한 빈집이었다. 두 번째 것은 아빠의 고향 땅에 있는 작은 농막이었고, 세 번째 집은 지리산 자락 외딴 숲속에 있는 오두막이다. 지난 6년간 나의 산책 코스는 바다에서 논두렁으로 그리고 산으로 바뀌었지만 내가 사는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고정된 돈벌이를 하지 않고, 최소한의 소비만 하며 산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한다. (중략) 2021년 봄부터 나는 지리산 자락 ‘숲속 오두막’에 살고 있다. 내가 시끄럽게 장구를 쳐대지 않는 한 이 숲속에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이 집은 내가 애써서 찾거나 구한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우연히, 그리고 기적처럼 내게 짠 하고 나타났다. 게다가 이 집엔 내가 그토록 소망하던 구들이 있었다. 하늘이 내게 보낸 선물이라고 할 수밖에.
누추한 빈집에서도 숲속 오두막에서도 나는 집세를 내지 않았다. 대신 양쪽 집 모두 발 뻗고 첫잠을 자는 데까지 3개월 남짓 시간이 걸렸다. 엄청난 쓰레기를 치우고, 무너진 벽과 마루를 고치고, 창호지를 새로 바르고, 욕실 타일을 깔고, 전선을 정리하고, 선반과 가구를 만드느라 말이다. 벽지와 합판을 제거하니 감추어져 있던 서까래와 흙벽이 멋스럽게 드러났다.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데도 콧구멍이 새까매지는 걸 볼 때마다, 매해 겨울마다 산에서 장작을 짊어지고 내려와야 하는 수고를 겪을 때마다, 집은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님을 절실히 깨닫는다. 나는 여전히 ‘남은 살지 못하는 집’을 돌보며 살지만, 집세와 난방비를 내지 않고 사는 삶이 즐겁기만 하다.
우리 집에 놀러 오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숲속에 혼자 살면 무섭지 않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이상하게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라고 대답한다. 이런 내가 신기하다. 귀신이 나타날까 잠을 설치고, 밤길에 나쁜 일을 당할까 두려워하고, 야산에서 야생동물을 마주칠까 불안에 떨곤 했다. 거실에 룸메이트가 있는데도 방에 불을 켜놓아야만 잠들던 내가 이렇게 숲속에서 홀로 밤을 보내고 있다니.
_‘빈집살이’ 중에서
“당신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어떻게 찾았나요?”
‘어떤 것이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인가?’ 이는 아마도 모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나 역시 평생 이 질문의 답을 찾아다녔다. 내가 기억할 수 없는 멀고 먼 과거에도 나는 아마 같은 질문을 했을 것이고, 수만 번의 생애를 거치다 지금에서야 그 답을 찾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딱 어느 하나의 계기로 나의 삶이 두려움에서 축복으로 바뀌었다고는 볼 수 없다. 모든 일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선에서, 내 삶에, 나의 세계에 아주 극적이고 강력한 변화를 가져다준 사건은 분명히 있었다. 2014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약 2년간 진행한 ‘0원살이 프로젝트’다. 1년을 목표로 계획했던 프로젝트는 2년 남짓 계속되었고, 영국에서 시작한 여정은 인도에서 마무리되었다. 아니, 그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 대신 ‘삶’이 나의 여정을 이끌고 있다.
_‘가슴이 원하는 일’ 중에서
앞서 말했듯 지금 나는 돈을 사용한다. ‘돈을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프로젝트의 금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돈에 대한 거부감도, 엄격한 규칙도 없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간다. 이제 내 삶의 가능성은 돈의 유무와 상관없이 무한으로 흐른다. ‘0원살이’ 여정이 내게 가져다준 것은 돈으로부터의 자유만이 아니다. 사실 여정의 어느 순간부터 내 관심사에서 ‘돈’이라는 화두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돈을 사용하지 않음’은 어느새 익숙한 일상이 되었고, 마음을 쏟을 더 중요한 가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0원살이’ 여정은 내 삶을 물질보다 더 깊고 높은 차원으로 이끌었고, 그 속에서 나는 참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중략) 돈이 없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돈이 없음’은 나를 진짜 세계로 향하게 하는 날개가 되어주었다. 모순과 착취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의 세계. 이 세계에서 벗어나 자립을 위한 대안적 삶을 경험하면서 나는 생존의 불안에서 벗어났다. 자연이라는 생명의 세계와 연결되면서 내면의 외로움을 치유했고, 나의 세계는 시스템에서 자연으로, 자연에서 우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삶의 목적과 궁극의 평화에 이르는 길을 만났다. 이 모든 기적은 나의 삶에서 ‘돈’을 지워버린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0원살이의 기적이다. 나는 0원살이 여정에서 나의 세계가 어떤 식으로 확장되었는지, 그 확장이 어떤 계기와 만남으로 일어났으며 내가 그 안에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되었는지를 이 책에 담았다. 여기에는 ‘기적 같은 진리’와 ‘불편한 진실’이 함께한다. 나는 여러분이 기적과 불편함 모두를 있는 그대로 마주해주었으면 좋겠다. 불편한 세계에 먼저 눈을 뜬 뒤에야 우리는 비로소 참된 세계, 기적의 진리 속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_‘돈이 사라진 세계’ 중에서
팅커들이 집을 짓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지구에 해를 주지 않는가?’다. 번듯하고 ‘편리’한 건물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벌레와 풀 한 포기에 조금의 해도 주지 않을 소박한 은신처를 소망한다. 인간이 따뜻하고 예쁜 집을 짓는 사이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생태계는 무너져간다. 추운 날 따뜻한 집에서 반소매를 입고, 더운 날 시스템 에어컨을 가동해 시원하고 쾌적한 공간. 오늘날 인간이 바라는 완벽한 집은 지구의 완벽한 조화를 무너뜨린다. 한없이 누추하고 허름한 팅커들의 집은 세상 가장 아름답고 조화로운 집이었다는 것이 그제야 비로소 보였다.
_‘세상 가장 아름답고 조화로운 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