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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59314704
· 쪽수 : 552쪽
책 소개
목차
소년의 블록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그리고 인정한다. 진단을 받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마침내, 부를 명칭이 생겼다! 학교 가는 길에 아이가 괴성을 지르며 싸움을 벌일 때, 식당에서 테이블 밑으로 숨을 때, 조디가 아니면 그 누구든, 친척이든 친구든 포옹은 물론 아는 척도 안 하려 들 때, 그건 자폐라서 그렇다. 자폐가 그렇게 만든다. 나는 자폐를 사악한 혼령, 폴터가이스트, 악마로 보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정말 <엑소시스트>라는 영화 속 삶을 사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문득 아이가 목을 360도 돌리면서 방 한가득 끈끈한 초록색 액체를 토해낸대도 놀랄 것 같지가 않았다. 적어도 내가 할 말은 생겼다. “괜찮아, 자폐라서 그래. 초록색 끈끈이는 뜨거운 물로 씻어내면 되고.”
원래는 숙제를 끝낸 다음, 공원에 다녀온 뒤에, 게임을 같이 하자고 할 참이었다. 나는 조디가 남긴 목록을 훑어봤다. 콕 집어서 ‘내가 집을 나선 뒤 2분 만에 마인크래프트를 켜면 안 됨’이라는 지시는 없었다. 나는 2층으로 올라가서 공원에 먼저 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지옥이 되어버릴 터였다. 집에 있으면 적어도 무서운 개한테 습격받는 일은 없겠지. 내가 주말을 잘 보내려면 아마도 이 방법이 최선일 듯싶었다. 그때, 아이의 발소리가 계단 위에서 다시 들려왔다. 아이가 계단 꼭대기에 서있었다.
“이리 와, 아빠!” 아이가 소리 질렀다. 신이 난 아이를 보니 망설이던 내 마음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게임만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나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나 보다.
우리 둘 다 집을 향해 달렸다. 나무를 피해 이리저리 길을 꺾으며 달리는 동안 빛이 점점 저물어갔다. 늘어져 매달린 나뭇잎 속에 움직이는 물체가 있는지 둘러보았다. 곧 어둠이 우리 주위로 내려와 앞을 보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샘이 앞에서 길을 재촉했다. 금방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서 아이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이 기억 나지가 않아!” 내가 말했다.
달그락 달그락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전에 들어본 적 없는 이 이상한 소리가 수풀 뒤에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아마 농장에 있던 또 다른 동물, 닭이랄지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하던 차에 그만 그놈에게 등을 맞았다. 나는 곧 내가 심하게 다쳤다는 걸 알았다.
“아아, 안 돼, 스켈레톤들이 왔어! 활과 화살을 갖고 다니는 놈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