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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9332562
· 쪽수 : 274쪽
· 출판일 : 2019-12-21
책 소개
목차
■ 차 례
책머리에 5
제1부 달맞이꽃 울 엄마
모로 눕다 14
바람의 끝 19
길 24
나의 스무 살 27
사의 찬미 31
배드민턴 치는 여자 35
봄날 40
어머니 45
억새꽃 인연 50
고향집 56
누군들 벚꽃처럼 지고 싶지 않으랴 61
달맞이꽃 울 엄마 66
동행 71
우물에 얽힌 전설 76
흐르는 강물처럼 80
큰언니 86
엄마 냄새 91
제2부 내 마음의 등대
존재의 이유 98
가계부를 적으며 104
진아에게 109
휘파람새 113
건너편의 여자 118
끈 떨어지다 123
나비의 몸짓 127
엄마 없는 아이들 131
방아깨비로부터 136
봄, 길을 잃다 143
빈집 148
섬끝마을에서 154
신 공무도하가 159
불새 163
희망 168
고리 172
그는 어디에 있는가 176
에리코惠理子의 향기 181
봄을 앓다 187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녀 191
조카와 준수 196
해후 202
제3부 노랑머리 은희
노랑머리 은희 208
아이들의 뒤편에서 215
미완성 자서전 219
쇠기러기 한 마리 223
어느 순례자의 꿈 227
민아와 솔이 233
효정이의 휠체어 238
거울 보기 242
내 마음의 소나기 246
너희에게 가는 걸음 251
단상斷想255
몇 개의 삽화들 262
터널에서 265
지킴이를 위하여 271
저자소개
책속에서
길은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자주 꿈속에서 길을 걷는다. 미루나무가 길가에 우뚝우뚝 솟아있고 맥고모자를 쓰고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이고, 까까중머리에 헐렁한 잠방이를 입은 어린 계집아이가 맨발로 걷는다. 황톳길을 걸으면서 자꾸만 보채며 칭얼거려도 앞서 걷는 아버지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나는 심술이 나서 뜀박질을 한다. 마구 달려서 아버지의 앞을 가로막았다고 여기는 순간, 어느새 두루마기의 고름이 펄럭이며 아버지는 저 멀리 떠나고 있다.
안타까워 견딜 수 없었다. 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언제나 울었던 기억이 있다. 협궤열차를 놓쳐 버린 것 같았다. 아니 한 번도 가본적이 없는 돈황에의 그리움 같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것만큼 뼈 시린 고통은 없을 것이다. 끝도 없는 고통, 걷고 또 걸어도 목적지에 닿을 수 없다는 건 얼마나 큰 절망인가.
- "길" 중에서
입학식이 끝나자 아이는 급하게 달려와 내 품에 안긴다. 짧은 순간이나마 서운함을 느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아이의 맑은 얼굴을 쓰다듬으며 오랫동안 가슴의 고동 소리를 들었다. 어머니의 가슴에서 내게 전해지던 희생과 사랑의 마음이 내 아이의 작은 가슴에도 닿기를 바라면서. 봄 햇살이 아이들의 머리에 닻을 내리기에는 시새움이 많을 것이다. 아이는 오늘 못 온 아버지라는 존재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냉랭하게 굴었나 보다. 그래, 혼자 걷고, 혼자 넘어지고, 스스로 일어서 또 하나의 진정한 개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나는 아들의 남다른 독립정신을 이해하기로 한다. '아들아, 봄바람이 열기를 동반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마라. 네겐 어머니라는 거룩한 해열제가 있단다.'
- "어머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