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9873522
· 쪽수 : 244쪽
책 소개
목차
이 책은 · 005
사이언스 월든을 소개합니다! · 007
1 · 010
2 · 038
3 · 053
4 · 074
5 · 091
6 · 104
7 · 121
8 · 132
9 · 152
10 · 172
11 · 200
12 · 213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개였다. 그러니까 승주가 나를 사람처럼 취급하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개 였다. 내가 승주네 집에서 살게 된 것은 그녀가 장민석과 결혼한 지 3년이 막 지난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쪽방 노인들이 하루 사이에 말없이 죽어 나간 날이기도 했다.
승주는 불임 인정을 완강히 거부했다. 어쩌면 거부했다기보다 영원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철저하게 외면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생각의 우물에 빠지면 그 생각 밖으로 나올 줄을 몰랐다. 자신이 겪는 일이 밖으로 드러나는 병이나 장애라면 차라리 낫겠다 싶었다. 그러면 왠지 떳떳하게 아플 수 있을 것 같았다. 허나 이것은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도 쉽지 않은 총체적인 난제였다.
인간이 나를 질투할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지만 질투를 한다면 그것은 나의 늠름한 자태, 무엇이든 잘 듣는 귀, 말할 것도 없는 개코, 애교를 장전한 꼬리, 보드라운 털, 빠른 다리와 같은 것에 해당할 것이다. 그것들의 놀라운 감각. 내가 감각의 지도를 완성하여 장악하는 일을 두고 인간은 제한된 언어로 기껏 제한된 지식을 쌓으니 뭐, 질투할 수도. 그리고 나는 그녀가 할 수 없는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고 새끼를 낳음으로써 내 흔적의 영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이제 그 누구도 그럴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