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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테마여행 > 미술관/박물관/예술기행
· ISBN : 9791187949206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8-07-15
책 소개
목차
자연 속 예술 낙원의 끝에서: 브라질 이뇨칭
소떼가 돌아다니는 고성 옆 미술관: 스웨덴 바노스
시간이 흐르는 예술을 산 위에 얹기: 이탈리아 아르테 셀라
와이헤케 섬의 숨겨진 보물 창고: 뉴질랜드 코넬즈베이
가라앉는 습지가 절망에서 희망이 될 때: 대만 쳉롱 습지 국제환경미술 프로젝트
발 끝에 핀 꽃, 유목민이 되는 시간: 한국 글로벌 노마딕 아트 프로젝트
백야의 숲에서 펼쳐지는 하이킹 아트: 핀란드 콜리 환경미술축제
야영하는 예술과 디지털 디톡스: 스코틀랜드 환경미술축제
대지 미술로 변신한 작은 나라: 안도라 대지미술 국제 비엔날레
저자소개
책속에서
머리말
덴마크에서 바다가 보이는 언덕을 정처 없이 걷다가 들판에 앉아 있던 예술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시각예술가 요르겐 모르텐센Jørgen S. Mortensen과 현대무용가 아나메트 마그벤Anamet Magven은 내게 흥미로운 즉흥 워크숍을 제안했다.
미소로 나를 이끄는 그들의 제안을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높아졌다 낮아지기를 반복하는 언덕에서 바다 바람을 헤치며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앞서 달리는 사람이 특정한 동작을 취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똑같이 따라 하며 멈춤 없이 뒤따르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토끼가 되기도 하고, 팽이가 되었다가, 때로는 무용수처럼 움직이며 달렸다. 말은 필요 없었다. 바람과 햇살 속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다. 나는 어느새 웃거나 울고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연 속 작은 예술적 움직임이 얼마나 커다란 치유가 될 수 있는지를. 어린이의 몸과 마음을 느낀 순간, 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자기 마음과 생각을 보호하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수많은 장애물을 만나야 하고, 개인주의와 합리주의 문화가 일상의 공기처럼 느껴질 날은 멀게만 보인다. 평범한 우리네 일상은 피로와 스트레스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삶 속에 스며들었으나 미처 표현되지 못한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고 아직 나의 눈길과 손길이 닿지 않은 세상을 발견하게 해준다. 좋은 예술은 감동을 주고 오래도록 기억되며, 상상력을 자극하고 때로는 전복적인 사고로 세상을 바꾼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힘 있는 예술 중에는 궁극적으로 자연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나의 안식처는 자연과 예술이다. 한동안 건축 공간과 컨템포러리 아트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으나 그것만으로는 어떤 한계를 느꼈다. 멋진 건축물이나 화이트 큐브 안에 전시된 값비싼 작품들로부터 해소되지 않는 갈증을 알아챘을 때, 조금씩 자연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세계의 자연 속 예술을 찾아 다니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연 속에서 예술을 품고 있는 공간이나 환경미술, 대지미술을 다루는 비영구적 예술 현장에 머물면서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했다.
이 책에 소개되는 장소들은 한국 포털 사이트에서 잘 검색되지 않는 낯선 곳이다. 대도시에서도 한참 떨어져 있다. 하지만 세계의 대표적인 자연 속 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되어 예술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찾아가기 불편하지만 그 수고스러움을 감내할 가치가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더불어, 그래서일까, 케렌시아Querencia, 사람들은 격렬히 자기만의 안식처를 찾게 된 지 오래다.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 아는 사람이 없는 곳, 때로는 한국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는 자기만의 공간으로 향하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방송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챙겨 본다는 사람들의 마음도, ‘관태기’를 느낀다는 사람들도, 카톡 단체방에서 나가고 싶다는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휴식과 치유가 배고픈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나의 삶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간은 사람이 드문 숲을 혼자서 산책하는 일이다. 자연은 말없이 놀라운 순간을 선물해준다. 그것은 몇 번이어도 질리지 않는 신기한 힘을 지녔다. 따스한 햇살 속에서 바람에 춤을 추는 꽃과 나무들, 귀를 기울이게 하는 새소리와 물소리 그리고 가끔 반갑게 마주하는 숲 속의 동물들…. 변화무쌍한 자연이 당기는 힘에 자석처럼 끌려가본 적이 있는 사람은 계속 그 풍요로운 쉼터를 찾아 자기 내면에 집중하는 일을 즐기게 된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자연이 숨겨놓은 지혜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예술은 가장 손쉽게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 준다. 내게는 인간이 누리고 닿을 수 있는 최대의 자유가 바로 예술이다. 자연이 곧 예술이 되고 예술이 곧 자연이 되는 비영구적인 상태에서의 다채로운 예술 현장도 소개한다. 이들 모두는 새로운 가치와 경험의 확장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부서진 마음을 다시 꿰매고 쪼그라든 마음을 펴는 데 자연과 예술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래서 내게는 치유의 과정이었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사람들, 그들이 만든 문화로부터 위로 받고 공감한 순간들 역시 그렇다. 나만의 조용한 안식처에서 휴식과 치유를 얻고
싶은 당신, 틀에 박힌 여행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당신, 이제 자연과 예술이 내어주는 치유의 공간으로 발을 내딛는 것은 어떨까.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열대 우림 속 예술 낙원에 개입한
인간이 되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누가 브라질에서
이토록 환상적인 자연 속 예술 낙원을 보리라 생각이나 했을까.
브라질에는 삼바, 축구 그리고 이제 이뇨칭Inhotim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바노스Wanas Konst는 예술, 자연, 역사가 함께 만나는 곳이다.
컨템포러리 아트 작품이 있는 숲 속의 조각 공원과 농장의
헛간 및 곡식 창고를 개조한 갤러리, 중세 시대의 성과
유기농 농장을 보유한 이곳은 연간 7만 5천 명이 방문한다.
사실, 나만 알고 싶다. 그래서 몰래 마실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이상한 마음은 쉽게 설명할 수 없다.
어느 계절이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는
아늑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살아 있을 것이다.
내 삶의 평온하고 충만한 순간의 되감기 버튼이 있다면,
이때의 버튼을 누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