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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0076271
· 쪽수 : 452쪽
· 출판일 : 2022-10-11
책 소개
목차
1장~12장 7
작가 후기 439
작가 인터뷰 443
리뷰
책속에서
비밀이란 그런 것이다. 비밀의 존재를 숨기고 없는 척할수록 그 비밀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어디를 가도 그 비밀이 따라온다. 시간이 쌓이면서 그 비밀을 지키고 싶기도 하고 없애버리고 싶기도 한 두 가지 생각이 끊임없이 경쟁을 벌이며 우리를 기진맥진하게 만든다.
-111쪽
어릴 땐 왜 그렇게 자지 않으려 했을까? 자야 한다고 하면 벌을 받는 것처럼 싫었다. 정해진 낮잠 시간에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을 특권이라고 여겼다. 어른이 된 후에는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가능한 한 수면을 취하려고 한다. 눈을 뜨고 있는 것이 힘든 책무가 되었다. 오드리는 어른이 되고 나서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어릴 때는 세상이 희망으로 가득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눈을 감았다가 무언가 멋지고 아름다운 것이 소리 없이 지나가 버릴까 봐 겁을 냈던 것이다. 그러나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그 희망이라는 것이 매일 조금씩 수축되다가 끝내는 사라져버린다. 과거의 어린아이는 점차 깨닫는다. 눈을 크게 뜨고 있으면 가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 것을 목도하면 뒤돌아갈 수 없다. ‘어린 시절’에서 강제로 쫓겨난다. 문을 여는 암호를 잃어버린 그들이 문 밖에서 아무리 울부짖어도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때부터는 어른이다. 오드리는 열 살 때 어른이 되었다.
왜 신핑 가족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가? 개인과 개인 간의 폭행 사건이라도 특수한 상황이라면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범위에 속한다. 피해 당사자가 용서한다고 해도 더 많은 사회 구성원의 복지와 안녕을 위해 법률이 나설 때가 있는 것이다.
성폭력이 바로 그런 경우다. 두 개인 간의 성폭력은 절대 개인 간의 문제만이 아니다. 판옌중도 성폭력 가해자들을 여럿 만나보았다. 그들을 만날수록 깨닫게 되는 것은 한 사람이 가해자가 되느냐 피해자가 되느냐는 그들 자신이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전혀 뉘우치지 않는’ 강간범들을 많이 보았다. 그런 자들은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눈앞의 어떤 사람을 강간한 것이 그들 자신의 내재적 질서와 논리에 따르면 조금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후회하느냐고 물으면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