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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0200447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8-04-2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7 | 1…13 | 2…23 | 3…32 | 4…45 | 5…54 | 6…67 | 7…81 | 8…89 | 9…101 | 10…112 | 11…126 | 12…141 | 13…150 | 14…161 | 15…175 | 16…184 | 17…194 | 18…205 | 19…214 | 20…230 | 21…240 | 22…252 | 23…261 | 24…272 | 25…284 | 26…302 | 27…310 | 28…320 | 에필로그…326
작가의 말…33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십이 년에 처한다.”
동호는 옆에 앉은 승철을 바라보았다. 그는 목이 부러지면 어쩌나 걱정될 만큼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왼쪽 뺨을 내보이고 있는 그의 얼굴빛이 순간적으로 짙어진 듯했다. 표정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피고인을 징역 십이 년에 처한다.’ 동호는 12라는 숫자를 생각했다. 살면서 12는 늘 기분이 좋았던 숫자였다. 대학 시절 신촌 기차역 앞에서 간혹 승차하던 12번 좌석 버스에는 싱그러운 웃음을 띤 여대생들
이 가득했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사다 준 연필 한 다스는 얼마나 풍성했던가. 2로도, 3으로도, 4로도 나누어지는 12는 얼마나 많은 수학 시험의 정답이었던 것일까? 그런데 그 모든 즐거운 전조가 오늘의 악몽을 예비하고 있었던 것일까?
기태는 카메라를 동영상 모드로 놓고 촬영을 시작했다. 남자는 전무에게 인사를 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그의 배를 세게 걷어찼다. 보통 날렵한 솜씨가 아니었다. 전무가 비틀거리자 남자는 복싱 자세를 취하더니 전무의 안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전무가 뒤로 쓰러지자 남자는 그를 수풀로 안으로 끌고 갔다. 삼사 분쯤 지나자 남자는 마이바흐의 트렁크를 열고 축 늘어진 전무를 실었다. 기태는 조심스럽게 자기 차로 걸어갔다. 마이바흐가 떠나자마자 그는 재빠르게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먼발치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동호는 이미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기태가 차를 몰고 달리기 시작했다.
바쇼로 들어가는 도중에 다시 벨 소리가 울렸고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안 들려서 끊었어. 어디야?”
그때 기태의 목소리가 아주 작게 들려왔다.
“변호사님…….”
“기태, 무슨 일이야?”
“아, 제가 좀 아픕니다.”
기태는 숨을 헐떡였다.
“어디야?”
“그게 아니고…… 변호사님, 저 같은 놈 거둬서…… 사람 구실 하게 해주시고……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기태야, 그게 무슨 말이야?”
이때 우당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전화기의 잡음이 커졌다가 작아졌다.
“강 변호사, 좀 적당히 하고 다녀야지. 그렇게 말을 못 알아듣나? 한번 해보자는 거지? 이 인간은 이제 세상에 없을 거야. 이게 마지막 경고야. 그다음은 누군가 잘 생각해보라고.”
단신의 목소리였다. 통화는 바로 끊겼다. 전화를 곧바로 다시 걸었으나 그새 꺼져 있었다. 다시 안으로 들어온 동호는 애써 침착하게 급한 일이 있어 가봐야겠다는 말만 남기고는 허겁지겁 나왔다. 그러고는 곧장 정미에게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