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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60260632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7-11-22
책 소개
목차
1부 집을 잃다
2부 집으로
3부 집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사랑은 집이다. 매일 아침 수도관은 거품이 이는 새로운 감정들을 나르고, 하수구는 말다툼을 씻어 내리고, 환한 창문은 활짝 열려 새로이 다진 선의의 싱그러운 공기를 받아들인다. 사랑은 흔들리지 않는 토대와 무너지지 않는 천장으로 된 집이다. 그에게도 한때 그런 집이 있었다, 그것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이제 그의 집은 어디에도 없고 ─ 알파마의 아파트는 수도사의 방처럼 을씨년스럽다 ─ 어느 집이든 발을 디디면 그의 집이 없다는 사실만 상기될 뿐이다. 애초에 율리시스 신부에게 끌린 것도 그 때문이라는 걸 토마스는 안다. 둘 다 집이 없다는 점 때문에.
우는 습관은 얼마나 기이한가. 동물이 울던가? 분명히 동물도 슬픔을 느끼리라 ─ 하지만 슬픔을 눈물로 표현할까? 그는 의심스럽다. 고양이나 개, 야생동물이 우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울음은 인간만의 습성인 듯하다. 그는 울음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른다. 실컷, 심지어 몸부림치며 울지만, 그 마지막에는 뭐가 남는가? 황량한 피로감. 눈물 콧물에 젖은 손수건. 울었다는 걸 누구에게나 알리는 빨간 눈. 그리고 울음에는 품위가 없다. 울음은 예의범절을 초월한 개인의 언어이고, 표현 방식도 제각각이다. 얼굴 찌푸림, 눈물의 양, 흐느낌의 음색, 목소리의 높이, 소란의 크기, 안색에 미치는 영향, 손의 움직임, 취하는 포즈가 다 다르다. 사람은 오직 울 때 울음 ─ 울음의 개인적 특성 ─을 발견한다. 이것은 타인에게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낯선 발견이다.
복음서만큼 높은 도덕 수준을 보여주는 유일한 현대적 장르가 바로 저평가되는 살해 미스터리죠. 애거서 크리스티의 살해 미스터리를 복음서 위에 올려놓고 조명을 비추면, 관련성과 적합성, 합의와 동일성을 보게 되죠. 패턴이 맞아떨어지고 서사적 유사점이 드러나요. 같은 도시의 지도, 같은 존재의 비유처럼 똑같아요. 똑같이 윤리적 투명성으로 빛나요. 애거서 크리스티가 세계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작가인 이유도 그 때문이죠. 그녀의 매력은 성서처럼 폭넓고, 그녀의 파급력은 성서만큼이나 대단해요. 왜냐하면 크리스티는 현대의 사도, 여성 사도이기 때문이에요. 이 새로운 사도는 또한 예수가 답한 질문들과 똑같은 질문들에 대답해요. 죽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살해 미스터리는 늘 마지막에 해결되며 의혹이 말끔히 해소돼요. 우리 삶에서 죽음도 그래야만 해요. 아무리 어려워도 죽음을 해결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맥락을 살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