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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60260687
· 쪽수 : 488쪽
· 출판일 : 2018-02-13
책 소개
목차
1장
2장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이제 나는 사실 눈 물고기를 더 이상 믿지 않지만 아직도 은유로서는 믿는다. 열정적인 포옹을 하고 있는 중에 숨결이, 숨소리가 가장 거세어지고 피부가 가장 짜릿해질 때 나는 아직도 내가 무아지경에서 바다의 일렁임을 듣고 느낄 수 있다는 생각 같은 것을 한다. 지금도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를 할 때면, 우리가 눈의 표면으로 솟아오르는 에인절피시와 해마들을 봄으로써 축복을 받을 것이라고, 그 물고기들이 우리 사랑의 분명한 증거라고 믿는다. 어찌 됐든 간에, 나는 아직도 사랑은 대양 같은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우리 부모는 일찍부터 페미니스트들이었던 관계로 성을 이야기할 때 ‘상반된다’는 말을 쓰지 않았다. 사실, 무슨 이유로 두 성이 상반된다고 여겨야 했을까? 그 말은 공격적이고 부정적이고 뜻하는 바도 거의 없다. 우리 부모는 두 성이 보완적 ? 내게 비슷한 예를 들어 설명해준 좀 더 복잡한 말 ? 이라고 했다. 즉 남성과 여성은 비와 토양 같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성에 대해서, 생물학의 일반적인 세부 사항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나는 그 말을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것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했다. 그 당시 내게는 우주가 놀랄 만큼 잘 짜여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상상해보자. 완전히 동떨어지고 기원도 다른 저 먼 우주 어딘가에 나에게 맞도록, 나에게 꼭 맞도록 만들어진 성기가 있다고. 그리고 나는 내 보완적인 성기, 내 진정한 사랑을 찾아 떠난다고.
“뭐랄까, 사실 그건 양성이야. 지렁이는 암컷이기도 하고 수컷이기도 해. 법칙에 대한 예외인 거지.” 나는 그 우주적인 기적에 도취되었다. 그 말 - “암컷이기도 하고 수컷이기도 해!” - 이 다시 떠오를 때마다 나는 새로이 놀랐다. 만일 하느님이 존재 - ? - 한다면, 남성이건 여성이건, 그 하느님의 머리는 벌레처럼 꿈틀거릴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주 분명하게 잘 보였다. 하늘은 지구를 감싸고 하얀 구름들 사이로 이리저리 우아하게 움직이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벌레였다. 나는 몇 분 동안 예수 그리스도하고 같이 놀다가 생식기관을 찾아보려고 날카로운 칼로 조각조각 잘랐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