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0270266
· 쪽수 : 648쪽
· 출판일 : 2017-11-15
책 소개
목차
생각이 나서 1
생각이 나서 2
저자소개
책속에서
lt;1권>
어느 동네에 가면 로또 복권을 파는 곳이 유난히 많다고 그가 말했다. 그런데 그런 가게마다 손으로 휘갈겨 쓴 하나의 똑같은 문장이 붙어 있단다. 거기에 쓰인 글은 이렇다. ‘로또밖에 길이 없다!’ 그 문장은 그에게 굉장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그게 진실이어서 충격적이었던 거야.” 며칠 전에 뮤지컬을 보다가 나는 울었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스토리와 좋아하는 음악과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작품이었는데, 작년에 처음 보았을 때는 울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눈물이 났다. 꿈을 찾아 떠났다가 결국 그것이 모두 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노인의 이야기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인은 기억나지 않는 꿈을 더듬으며, 제발 기억해보라는 누군가의 말에 이렇게 묻는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요?” 꿈은 깨어지고 주위 사람들에게는 아픔과 피해를 주고, 자신은 죽음을 맞는다. 꿈이란 아무 짝에도 소용없다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나를 울린 건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일 년 전에 비해 지금 더 그것을 절절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리라. 꿈도 무섭고 진실도 무섭다. 피었다 시드는 꽃보다 무섭다. 그리하여 우리는 삶의 갈피를 이토록 쉽게 잃어버린다.
-「그것이 진실이어서」
누군가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이
반드시 진실이라 할 수는 없다. 그건 법정에서 하는 증언과 흡사하다.
똑같은 사실을 가지고 변호사와 검사는 각각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
으로 몰고 간다. 그건 카페 한쪽에 틀어놓은 오래된 흑백영화와 같다.
가끔 자막을 읽어보지만 전체 스토리를 모르면 무의미한 음절의 나열
일 뿐이다. 누군가 내가 한 이야기를 악용하여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
들 수도 있다. 누군가가 한 어떤 이야기가 나에게 나쁘게 전해질 수도
있다. 그것은 사실이겠으나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진실
을 알아야 한다. 어느 누구의 진실도 하루아침에 알 수 있는 건 아니지
만, 진실도 계속하여 변화하는 거지만, 최소한 사실에 눈이 멀어 휘둘
리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진실을 보고 있는가.
볼 수 있는가. 보려 하는가. 보고 싶은가.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