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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0272956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2-07-01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1. 단어의 중력
내리다
찾다
터지다
쫓다
지키다
오르다
이르다
버티다
닿다
쓰다
고치다
선택
미래
행복
막장
인연
기적
안녕
원망
공포
몽매
단순
침묵
미련
소원
연민
고독
재회
2. 사물의 노력
컴퓨터
자동차
오디오
소파
토끼
전화기
피아노
카메라
책
청소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너는 너의 마음속을 뒤져 네 속에 숨어 있을 법한 불같은 것을 찾고 싶었다. 사소한 계기를 핑계 삼아 솟구쳐 나올, 그래서 한순간 세상을 밝힐 환한 무엇을 너도 갖고 있었어야 했다. 삶이 너를 쥐고 뒤흔드는 동안 터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는 것을, 불씨가 보일 때마다 모질게 짓밟아 왔다는 것을 너는 뒤늦게 깨달았다. _「터지다」 중에서
어느 저녁, 너는 산마르코 광장의 카페에 앉아 있었다. 네 앞에 놓인 에스프레소 한 잔은 점심과 저녁식사를 포기한 대가였다. 옆 테이블에는 열 명쯤 되는 대가족이 모여 생일파티를 열고 있었다. 휠체어에 타고 있던 노부인이 케이크의 촛불을 껐다. 카페의 밴드가 생일축하곡을 연주하고 광장의 모든 사람들이 노래를 불렀다. 어린아이들이 노부인의 뺨에 입을 맞추자 그이는 선글라스를 벗고 눈가를 훔쳤다. 기묘하게도 너는 그 눈물의 맛을 느꼈다. 행복의 맛이고 순간의 맛이었다. 다시 오지 않을 날의 맛이고 영원히 기쁨으로 또한 슬픔으로 기억될 맛이었다. _「막장」 중에서
더 이상 찾을 길도 잃어버릴 길도 없는 곳, 희망의 빛이 가물가물 희미해지는 그곳에서 산마르코 광장의 어느 저녁을 떠올리면 좋겠다고 너는 생각한다. 네 혀끝을 감도는 순간의 맛을 느끼고 싶다고 생각한다. 낯선 이의 길고 고난한 삶이 너에게로 흘러 들어오던 그때, 세계는 아름다웠으나 너는 외로웠다. 너는 외로웠으나 세계는 아름다웠다. _「막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