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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60271829
· 쪽수 : 216쪽
책 소개
목차
1. 쓰기
무제
비밀
《나는 교실》
빵
그릇장 속에서
2009년의 일기
소박한 소설
실려 온 것
투명한 상자, 혼자서 하는 모험
신비의 베일
2. 읽기
독서 노트
모색과 판단 — 내 인생을 바꾼 소설
자유
마가릿 와이즈 브라운
기묘한 장소
가와카미 씨에게 보내는 편지
그림책의 힘
그 은밀한 기척, 책들이 만드는 음울한 깊이
사전 같은 것 — <미피> 시리즈
좋아하는 것
여기에 계속 있다는 것
다이칸야마의 추억
어제 저녁
최근에 읽은 책
20년만의 근황 보고 — 2008년 가을
책 세 권
이곳과 그곳
아라이 료지 씨에게 보내는 편지
창, 로앙의 안뜰
소설과 안과 밖 — 문학적 근황
3. 그 주변
산책이 따른다
상하이의 비
밖에서 논다
소유하는 도시
찾아가는 동네
동네 안의 친구
현악기 소리
아이들 주변 1
아이들 주변 2
사양하지 않는 예의
가엾게, 라는 말
콩깍지 손질하기 — 작가의 먹방 1
인도 레스토랑 — 작가의 먹방 2
죽 — 작가의 먹방 3
칭찬의 말 — 작가의 먹방 4
여행을 위한 신발
메밀국숫집 기담
에페르네의 튤립 — 봄
동네에 피었던 꽃 — 여름
패랭이꽃 — 가을
눈 쌓인 벌판과 히스 — 겨울
‘기’에 대해서
그녀는 지금 온 힘을 다해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10월 16일 금요일
아침부터 깔끔한 쾌청. 두 시간 목욕. 나와서 무화과와 씨 없는 피오네 포도를 먹었다. 오후, 일.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도코로자와를 오가는 소설, 어제 예감했던 것만큼은 써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썼다. 기운을 북돋기 위해 다른 DVD를 보고 싶은 욕구에 시달렸지만, 간신히 참고 전투를 계속했다. 소설을 쓰는 동안은, 나는 ‘전투를 한다.’ 하고밖에 형용할 수 없는 기분으로 지내는데, 그런데, 무엇과? 그건 정말 수수께끼다.
_「2009년의 일기」 중에서
편지든 소설이든, 문장을 쓸 때 나는 내 머리가 투명한 상자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곳은 언어가 없으면 텅 빈 공간인데, 겨울이라고 쓰면 바로 눈 내린 경치가 되기도 하고, 미역이라고 쓰면 바로 싱그럽고 반투명한 녹색 해초로 가득해진다. 그러니 글자가 뚫는 구멍은 필요하고, 아마 사람들은 예로부터 날마다 그 상자를 오가는 많은 것들을, 글자를 통해 바깥과 이어 왔던 것이리라. 아주 조금 시간을 멈춰놓고, 머물게 할 수 없는 것을 머물게 하려고.
쓴다는 것은, 혼자서 하는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_「투명한 상자, 혼자서 하는 모험」 중에서
여류 작가, 라는 말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시 여자 소설가는 모두 여류 소설가로 불렸다. 그리고 그 호칭에서는 왠지 끔찍한 냄새가 풍겼다. 거기에는 ‘성’이나 ‘업’, ‘운명’이라는 말이 지니는, 어떤 유의 피할 수 없음과 유사한 공기가 있었고, 그때 아홉 살이나 열 살이었을 나도 그걸 감지하고 있었다. 나는 여류 작가라는 말에 대해 대부분의 직업과는 달리 선택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어떤 본질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없어 되는 것이라는 인상을 품고 있었다. 미스터리하다. 왜 그렇게 되는지, 어떤 사람이 그렇게 되고 마는지, 알 수 없었다.
_「신비의 베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