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0400977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17-09-26
책 소개
목차
사라진 혀
궁극의 리스트
그녀의 경우
만년필
겨울을 지키는 왕
폭설
북쪽 방의 침묵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태교가 별거야? 좋은 음악 듣고 잘 먹고 잘 자면 돼. 진형은 다운받은 태교 음악을 틀어주고 요구하지도 않은 음식들을 사 날랐다. 우리는 예쁜 아기 사진을 냉장고며 집 안 여기저기에 붙여놓고 수시로 기도했다. V라인 얼굴에 큰 눈을 가진, 코가 오뚝한 아이가 태어나게 해달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우리와 닮지 않은 아이가 태어나게 해달라는 주문과도 같았다. (‘그녀의 경우’)
그녀의 경우는 운이 나빴다. 아이를 가진 모든 부모가 그녀처럼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이를 가진 대다수의 부모가 나의 경우처럼 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녀의 경우와 나의 경우 사이에는 햇살이 예쁜 은하수 아파트 1003호에서 나누어 먹던 팥죽에 대한 서로 다른 기억이 부유하고 있을 뿐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하늘이 걸려 있었다. 우리는 둘째를 갖지 않기로 했다. 그때처럼 태교에 힘쓸 여력도 없거니와 그녀처럼 불운과 맞닥뜨릴 확률을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경우’)
주말이면 너도나도 다 간다는 광화문이 그에게는 파리의 광장처럼 느껴졌다. 죽었다가 깨어나도 가지 못하는 곳. 그래도 죽어서라도 한번 가보고 싶긴 했다. 파리 말고 광화문 말이다. 거기 진짜 거대한 노란 리본이 있는지. 몸으로 시를 쓰는 사람들이 있는지. 텔레비전을 보면서 잠깐 의심해본 적이 있었다. (‘겨울을 지키는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