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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시인의 서랍](/img_thumb2/9791160406979.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0406979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22-01-05
책 소개
목차
1 밥상머리
세상 모든 말의 뿌리는 모어母語다 11
부엌은 우리들의 하늘 16
어머니의 한글 받침 무용론 22
교무수첩에 쓴 연애편지 26
버스는 배추 자루를 닮았다 32
치맛자락은 간간하다 37
그 소가 우리 집에서 오래 산 까닭 41
기적을 믿어라 44
황새울에는 오리가 산다 48
훠어이 훠어이 53
텔레비전과 간첩의 상관관계 56
할머니의 광주리 59
노심초새 64
고무신 69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87
앞바퀴로 왔다가 뒷바퀴로 가는 자식 95
보랏빛 제비꽃을 닮은 누나 99
사나이끼리라 102
반지는 물방울 소리처럼 구른다 106
2 좁쌀일기
그는 시처럼 산다 117
오늘밤 바람은 어느 쪽으로 부나 124
파리의 추억 131
다 담임 잘못이지유 135
짬뽕과 목탁 138
신 구지가新龜旨歌 142
시인보다 아름다운 경찰 147
자식이 씨눈, 희망이 싹눈 151
내 마음의 신작로에는 155
배고픔과 밀접한 것들 158
‘물끄러미’에 대하여 162
손길과 발길 166
등짝의 무게 168
편지봉투도 나이를 먹는다 171
너도 지금 사랑 중이구나 174
참 좋은 풍경 177
초승달, 물결표, 그믐달 180
처음은 언제나 처음이다 183
날개 188
마음의 꽃물 192
3 시 줍는 사람
이야기 있는 곳으로 내 귀가 간다 199
쓴다는 것 208
다시 태어난다는 것 212
다듬는다는 것 215
품고 산다는 것 220
설렘과 그늘 사이에서 사는 것 225
홀로 전복顚覆을 기도하는 것 230
오래 몬다는 것 235
중심을 잃지 않는 것 239
숲과 집을 닮는 것 246
시간과 공간을 짐작하는 것 251
낚시 바늘과 같은 것 257
수직의 문장을 세우는 것 261
늘 새로이 태어나는 것 263
시의 리듬과 동행하는 것 267
언 우물을 깨는 도끼질 같은 것 270
작가의 말 274
저자소개
책속에서
“인생 농사도 그늘 농사라고 혔지. 아내 그늘, 자식 그늘, 지 가슴속 그늘! 그 그늘을 잘 경작혀야 풍성한 가을이 온다고 말이여.”
“그럴듯하네요.”
“돈이니 여자니 술이니 화투니, 재밌고 따순 햇살만 좇아다니먼 패가망신 쭉정이만 수확허니께, 그늘 농사가 더 중허다고 말이여. 걱정거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겄냐? 그 그늘진 담벼락에서 고추도 나오고 취나물도 나오는 거니께 말이여. 어미 말이 어떠냐? 그늘 농사 잘 지어야 인생 늘그막이 방울토마토처럼 주렁주렁 풍년이 되는 거여.”
_〈세상 모든 말의 뿌리는 모어母語다〉
삶이란 게 본시 기름병 주둥이처럼 흘러넘치는 주변머리 없는 것이지만 어머니는 식구들의 열린 병뚜껑을 닫아주시고 거친 손과 투박한 입술로 병 모가지를 훔치고 핥아주셨다. 하지만 당신 자신은 얼마나 많은 상처를 안고 부엌에 드시는가. 핍박이 있는 곳에 피난처도 있는 것, 안으로 부엌문을 지그리고 남몰래 훌쩍이던 어머니. 그러나 곧 언제 그랬냐는 듯 김이 풀풀 오르는 밥상을 차리시고 쇠죽이며 개밥까지 일일이 다 챙기셨다. 부엌은 우리들의 하늘이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어리석기만 한 식솔들의 하느님이셨던 것이다.
_〈부엌은 우리들의 하늘〉
이제는 내가 누구의 책방이 되어주고, 누구의 하숙집 냉장고가 되어주고, 누구의 뜨거운 밥솥이 되어줄 것인가? 생각하노니, 손과 지갑이 차갑고도 얇기만 하다.
_〈배고픔과 밀접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