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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0409802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3-04-20
책 소개
목차
제1부 11월 24일
제2부 최악의 도시
에필로그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부리는 아침 8시부터 인턴 사원들을 모아놓고 소위 정신 강화 교육을 시행하는 중이다. 말이 교육이지, 되지도 않는 구호를 죽어라고 외치게 하는 일이 그녀가 맡은 핵심 업무 중 하나다. 부리는 그런 면에선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는 편이다. 그녀는 두 주먹 불끈 쥐고 허공을 향해 마구잡이로 휘저어대며 다음과 같이 선창(先唱)했다. 도무지 인턴들로 하여금 그녀를 따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위압감 충만한 목소리로.
“글로벌유나이티드 만세! 신약 헬스큐 만세!”
“글로벌유나이티드 만세! 신약 헬스큐 만세!”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정규직 사원이 될 수 있다. 아자, 아자, 파이팅!”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정규직 사원이 될 수 있다. 아자, 아자, 파이팅!”
“말 그대로야. 우리 노숙자들, 열외인간들 중에서 왕이 나타난다는 얘기야. 그 왕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 도시를 완전히 뒤엎어버려서 우리에게 권력과 힘을 송두리째 넘겨준다 이 말이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왕이 곧 우리들의 메시아가 되는 거야. 왜, 성경 말씀에도 나와 있지 않은가? 메시아는 세리와 창녀의 친구라고 말이야.”
기무가 총을 들고 이곳저곳 설레발치고 다니거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대끼는 지하철 안에서 노골적으로 총을 쥐고 있어도, 그들은 그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그저 하나같이 피곤하고 잔인할 만큼 억눌린 얼굴을 하고서, 휴대폰을 유년 시절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리거나 타블로이드판 무료 일간지를 뒤적거리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