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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60870688
· 쪽수 : 200쪽
책 소개
목차
역자의 말
일러두기
오층탑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책속에서
나뭇결이 아름다운 느티나무로 몸체를 만들고 가장자리에는 일부러 붉가시나무를 대어 튼튼하게 짠 직사각형의 나무화로 앞에 말할 상대도 없이 오로지 혼자, 좀 외로운 듯이 앉아 있는 삼십 안팎의 여자. 남자 같은 훌륭한 눈썹을 언제 밀었는지, 눈썹이 있던 자리는 아직도 밀어버린 흔적이 파랗게 남아 있어 보는 이의 눈도 번쩍 뜨일 것 같은 비온 후의 푸르른 산색을 남기면서 녹색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콧날이 오뚝 선 데다 눈매도 날카롭게 치켜져 있고, 게다가 막 감은 머리를 무자비하게 둘둘 말아 올려서 묶은 비비 꼰 종이를 다 보이게 장식 삼아 내놓고는 거기에 한 자루의 비녀를 푹 꽂아 여성스러운 매력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차림을 하고 있지만, 거무스름하면서도 촌티 나지 않는 얼굴에 부러울 만큼 까맣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이 한 가닥 두 가닥 흐트러져서 내려와 있는 모습은 나이 든 여자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풍채이다.
몸집은 속세의 비린내 나는 음식을 피했기 때문에 마치 학처럼 야위었고, 눈은 인간 세상의 거추장스러운 것이 싫증 나서 반은 늘어져 있는 듯하고, 원래부터 흩어지고 파괴되는 이 허무한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가슴속에 의욕의 불길이 치솟는 일도 없고, 참된 열반의 경지를 깨쳐 만사에 집착하는 일도 없어서 탑을 일으키고 절을 세우고 싶다고 바라지도 않았지만, 덕이 있는 것을 좋아하고 교화되기를 바라면서 모여드는 학도들이 아주 많아서, 그들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도 원래 있던 그대로의 건물로는 어림도 없었기에, 조금 더 법당이 넓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린 것이 근원이 되어서, “덕이 높으신 스님께서 새로 규모를 넓혀서 절을 세우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라고 하면서 이것이 팔방으로 알려지니까, 개중에는 영특한 제자들이 있어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방으로 뛰면서 간노지 건립을 위해 기부하길 권하며 다니는 자도 있고, 뭐나 되는 것처럼 스님의 덕이 높으심을 연설하면서 부자들에게 권하여 기부하게 하는 신도도 있었다.
몇 번이고 금방이라도 말을 꺼내려고 하면서도 잘 열지 못하는 입을 겨우겨우 열어 혀의 움직임도 더듬거리면서 “오층탑 말씀인데요…. 부탁드리러 온 것은 오층탑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갑자기 엉덩이까지도 치켜들고 고르지 못한 목소리로 가슴속에 있는 것을 이마나 겨드랑이 밑에 나는 땀과 함께 간신히 쥐어짜내자, 큰스님은 뜻하지도 않게 웃음 지으면서 “뭔지 모르지만 나를 무섭게 생각하지 말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편안히 말하면 되네. 부엌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움직이지 않던 모습으로는 뭔가 깊이 생각해 온 것이 있을 테지. 자, 어려워 말고 서두르지 말고 나를 친구처럼 생각하고 말하면 되네.”라고 말씀하시면서 어디까지나 자비로운 마음 씀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