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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0871159
· 쪽수 : 479쪽
· 출판일 : 2023-10-15
책 소개
목차
책을 열며
1장 거꾸로 가는 열차
길 ∣ 마음 ∣ 외다리 성자 ∣ 함흥냉면 평양냉면 ∣ 새와 실존 ∣ 그림자의 질량 ∣ 광어와 도다리 ∣ 낙타 이야기 ∣ 야합(野合) ∣ 두부 예찬 ∣ 거꾸로 가는 열차 ∣ 물고 물리는 세상 이야기 ∣ 그대 ∣ 그대 이름은 바람 ∣ 거미 ∣ 술과 차 ∣ 외도의 추억 ∣ 모르는 시인에게 ∣ 노래는 힘이 세다 ∣ 바람이려나 ∣ 외로움이 사는 곳 ∣ 뜨거운 얼음 이야기 ∣ 그리움 ∣ 뚫는다 ∣ 우리 동네 이장님
2장 다시, 외로움에 대하여
하느님의 손도장 ∣ 문(門) ∣ 골목 ∣ 꿈꾸는 보라 ∣ 민달팽이 ∣ 파밭에서 ∣ 류이치를 듣는 아침 ∣ 본질은 없다 ∣ 침대에서 침대까지 ∣ 저물녘의 독서 ∣ 모난 것이 둥글다 ∣ 전설 따라 삼천리 ∣ 작가란 무엇인가 ∣ 버섯 ∣ 꼬리 칸의 시간 ∣ 다시, 외로움에 대하여 ∣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 ∣ 몸값 ∣ 개박하 ∣ 몽생미셸 ∣ 토르소 ∣ 아침 안개 ∣ 만추(晩秋) ∣ 함께 먹어요
3장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눈물의 높이, 그리움의 높이 ∣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 부부 ∣ 글과 나 ∣ 밥 세 끼 옷 한 벌 ∣ 눈 내린 날의 모놀로그 ∣ 욕망의 순서 ∣ 겨울나무 아래서 ∣ 개불 ∣ 모래 울음 ∣ 귀 ∣ 나비 ∣ 눈과 손의 위상에 관한 형이하학적 고찰 ∣ 저문 어깨를 엿듣다 ∣ 서해 예찬 ∣ 열쇠 구멍으로 내다본 사랑 ∣ 뿌리 ∣ 능소화 ∣ 열매에 대하여 ∣ 쯧쯧쯧 ∣ 예순이 되면 ∣ 황홀한 둘레 ∣ 바람난 물들의 나라 ∣ 열정과 냉정 사이
4장 입술에 대해 말해도 될까
꼬리를 꿈꾸다 ∣ 붓 가는 대로에 대하여 ∣ 포노 사피엔스 ∣ 광치기 해안에서 ∣ 2월이 간다 ∣ 달빛과 나비 ∣ 꿀이 개미를 먹는구나 ∣ 흐르는 것은 흐르는 대로 ∣ ? 와 ! 사이 ∣ 존재의 궤적 ∣ 잊혀진 손 ∣ 크리스털과 목기 ∣ 콩나물 ∣ 달밤 ∣ 낙화 ∣ 알밤 ∣ 시간 도둑 ∣ 발 ∣ 트럼펫 부는 남자 ∣ 죽의 말씀 ∣ 입술에 대해 말해도 될까 ∣ 바람, 바람, 바람 ∣ 어디에도 없는 남자 ∣ 그 바다의 물살은 거칠다
5장 마지막 사랑은 연둣빛
푸른 자전거 ∣ 구석 ∣ 매미 소리 ∣ 진땀 ∣ 어떤 후유증 ∣ 사이에 대하여 ∣ 마지막 사랑은 연둣빛 ∣ 심금(心琴) ∣ 그늘 ∣ 침묵에 홀리다 ∣ 왜 사냐고 묻거든 ∣ 시계 무덤 ∣ 옛집 ∣ 팥빵과 페이스트리 ∣ 생명의 소리 ∣ 붕어빵 먹는 법 ∣ 아이가 엄마를 낳는다 ∣ 울음의 정산(精算) ∣ 더 큰 첨벙 ∣ 자유로 ∣ 죽었니 살았니 ∣ 흔들리며 산다 ∣ 영혼은 물에 녹는다 ∣ 여행을 생각하다 ∣ 나는 글을 어떻게 쓰는가
닫으며
발문 말이 필요 없는 수필의 진경(이상국)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길은 애초 바다에서 태어났다. 뭇 생명의 발원지가 바다이듯, 길도 오래전 바다에서 올라왔다. 믿기지 않는가. 지금 당장 그대가 서 있는 길을 따라 끝까지 가보라. 한끝이 바다에 닿아있을 것이다. 바다는 미분화된 원형질, 신화가 꿈틀대는 생명의 카오스다. 그 꿈틀거림 속에 길이 되지 못한 뱀들이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처럼 왁자하게 우글대고 있다. 바다가 쉬지 않고 요동치는 것은 바람에 실려 오는 향기로운 흙내에 투명한 실뱀 같은 길의 유충들이 발버둥을 치고 있어서이다. 수천 겹 물의 허물을 벗고 뭍으로 기어오르고 싶어 근질거리는 살갗을 비비적거리고 있어서이다.
누가 새들을 자유롭다 하는가. 하늘에는 새들이 걸터앉을 데가 없다. 목축일 샘 하나, 지친 죽지 하나 부려 둘 걸쇠가 없다. 새들에게 하늘은 놀이터가 아니다. 일터다. 망망한 일터를 헤매어 제 목숨뿐 아니라 주둥이 노란 새끼들의 목숨까지 건사해야 하는 새들은 녹두알 같은 눈알을 전조등 삼아 잿빛 건물 사이를 위태롭게 날며 기적처럼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마른 씨앗 한 알, 버러지 한 마리 놓치지 않고 적시에 부리를 내리꽂아야 한다.
낙타가 그 많은 동물들 중에 오직 인간만을 태워주기로 한 것은 자기보다 불쌍한 짐승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사나운 뿔도 날카로운 이빨도 없이, 힘센 앞발도 탐스러운 갈기도 없이, 약은 잔꾀 하나로 왕 노릇 하다가 욕망의 늪에 빠져 죽고 마는, 천하에 어리석고 미련스러운 천둥벌거숭이들을 묵언 설법으로 제도하기 위해 겸허하게 무릎을 꿇고 잔등을 내밀어주는 것이다. 낙타에게도 인간에게도 삶이란 견디는 것, 갈증도 그리움도 시간의 상처도 삭히고 삼키고 견뎌야 하는 것이다. 타자의 죄를 지고 가는 늙은 성자처럼 저보다 더 고단한 중생 하나 잔등 위에 앉히고 낙타는 초연하게 걸어 들어간다. 아득한 비현실의 현실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