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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1250601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18-01-10
책 소개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책속에서
지구가 태양에서 휘청휘청 멀어질수록 조명 빛은 점점 더 밝아지고, 이제 오케스트라가 노란 칵테일 뮤직을 연주해대면 오페라 같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한층 더 고음으로 높아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쾌한 말 한마디만 나왔다 하면 웃음은 더 쉽게, 더 헤프게 터져 나온다. 꾸역꾸역 새로운 사람들이 도착할 때마다 모여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다시 모이면서 무리 지은 사람들의 구성도 점점 더 빨리 바뀌고, 이 가운데는 이미 한 자리에 머무르기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여자들도 생긴다. 자신만만한 이 여자들은 듬직하고 진득하니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짜릿하고 신나는 한순간 동안 그 무리의 주인공이 되었다가, 우쭐한 기분에 도취한 채 수시로 변하는 조명 아래 온갖 빛깔과 얼굴들이 썰물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그 광경 속으로 유유히 미끄러져 간다.
전화 메시지는 단 한 건도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집사는 낮잠을 자지 않고 4시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전화 메시지가 오더라도 그 메시지를 받아줄 사람이 없어진 지 한참 시간이 흐른 후까지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개츠비 자신이 그 메시지가 오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었고, 더 이상 오든 말든 상관하지도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게 사실이었다면, 그는 그 따뜻했던 옛 세상을 잃어버렸다고, 너무나 오랫동안 단 하나의 꿈만을 좇으며 살아온 데 대해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분명 느꼈을 것이다. 겁에 질린 나뭇잎 사이로 낯선 하늘을 올려다보며 장미라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거의 가꾸어지지 않은 잔디 위에 쏟아지는 햇살이 얼마나 쓰라린 것인지 그는 깨닫고 전율했을 것이다. 새로운 세상, 그 무상한 물질의 세계, 가여운 유령들이 공기를 들이마시듯 꿈을 들이마시며 하릴없이 여기저기로 떠밀려 다녔던 세상……. 마치 형체 없는 나무 사이를 헤집고 자기를 향해 미끄러지듯 다가왔던…… 그 환영 같은 잿빛 형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