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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1250656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18-01-15
책 소개
목차
노인과 바다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책속에서
가볍게 당기는 힘을 느끼고는 반가워하고 있는데 뭔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육중하고 다부진 힘이 느껴졌다. 노인이 느낀 것은 고기의 무게였다. 노인은 여분으로 둘둘 감아 두었던 낚싯줄 사리 뭉치 가운데 하나에서 낚싯줄이 술술 풀려나가도록 했다. 그 줄이 노인의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나가는 동안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낚싯줄을 살짝만 잡고 있었는데도 엄청난 중량감이 느껴졌다.
“대단한 고기구만.” 노인이 말했다. “이놈이 미끼를 옆으로 문 채 그대로 달아나고 있는 거야.”
그러다가 돌아서서는 미끼를 삼킬 테지. 노인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서 말하진 않았다. 좋은 일이 있을 때 그걸 말해버리면 운이 달아나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그것이 얼마나 거대한 고기인지 알고 있었다. 정어리를 옆으로 문 채 어둠 속을 유영하고 있는 고기를 머릿속으로 상상해보았다.
그 물고기가 처음 나타났을 때 시커먼 그림자처럼 배 밑을 지나가는데 시간이 워낙 오래 걸려서 노인은 물고기가 그렇게 길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아니야.” 노인이 말했다. “저렇게 큰 놈일 리가 없어.”
하지만 물고기는 실제로 그렇게 큰 놈이었다. 물고기가 빙 돌아서 불과 삼십 미터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수면에 떠올랐을 때 노인은 물 밖으로 나온 꼬리를 보았다. 검푸른 바다 위로 떠오른 그 꼬리는 커다란 낫의 날보다 더 높이 치솟았고 색깔은 아주 연한 보라색이었다. 꼬리는 뒤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물고기가 수면 바로 밑에서 헤엄칠 때 노인은 그 물고기의 거대한 몸통과 몸통을 띠처럼 두르고 있는 보라색 줄무늬를 보았다. 등지느러미는 누워 있었고 거대한 가슴지느러미는 활짝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