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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1571096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0-09-1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예배당 순례를 나서며―예수께서 우셨더라
1. 나를 키운 것은 주일학교
2. 가난한 종지기의 예배당―안동 일직교회
3. 나주평야를 굽어보다―나주 광암교회
4. 윤동주의 십자가―명동촌 명동교회
5. 양동마을의 엎드린 교회―양동교회
6. 그대를 향한 사랑처럼 푸르다면―최용신의 샘골교회
7. 아늑한 산골짜기의 작은 교회―봉화 척곡교회
8.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언덕―청라언덕과 제일교회
9. 가을 햇살 쏟아지는 밀양―마산교회
10. 천국은 숲의 모습일까―지리산 노고단의 수양관
11.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여수 애양교회
12. 당신들의 천국(賤國), 당신들의 천국(天國)―소록도 교회
13. 줄리언 반스의 방주 이야기―제주도 방주교회와 대정교회
14. 유관순의 만세운동―충남 매봉교회
15. 숲속의 예배당
에필로그: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로 갈 것인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일직교회를 다녀온 후 권정생의 작품을 다시 읽었다. 그의 동화와 산문은 하나같이 찢어질 듯 가슴 아픈 사연과 눈시울을 뜨겁게 달구는 감동이 있었다. 가난하고 천대받는 사람들은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그들의 위축된 모습을 보며 내가 지나온 가장 슬프고 아픈 시간들을 생각했다. 그것은 나의 모습이었고 과거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다.
권정생은 가난이 만들어놓은 온갖 불행을 겪으며 가장 낮은 곳에 임하는 예수의 모습을 발견했고 그것을 작품으로 쏟아냈다. 그의 동화는 세상의 가장 미천한 존재들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보여주며 이들을 통해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을 전하고 있다. 그것은 가장 낮고 천한 자리까지 내려가본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다.
명동촌은 유학을 숭상하는 전형적인 반촌이었다. 그러나 유림들은 신학문과 민족교육을 위해 세계 열강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만주에서 일본의 감시를 어느 정도 따돌리며 구국 활동을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을 고민했고, 사흘 밤낮에 걸친 격론 끝에 기독교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명동촌은 보다 큰 목적을 위해 유구하게 지켜오던 유교적 전통을 하루아침에 버리고 기독교로 집단 개종을 단행했다. 명동촌의 유림들은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실학자적 인물들이었다. 이들의 사상적 전환은 당시 유례없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척곡교회는 지명을 따서 이름을 지었고 명동서숙은 마을 이름을 따서 교명을 지었다. 척곡리는 양지마을 또는 명동(明洞)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밝을 명(明) 자는 산과 하늘이 높은 척곡리를 뜻한다. 이곳은 건문골(建文谷)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름으로 미루어 보아 이 골짜기는 일찍이 학문에 뜻을 둔 사람들이 많았던 곳이다. 명동서숙(明洞書塾)은 김약연 등이 용정 명동촌에 세운 명동서숙(明東書塾)과도 관련이 깊다. 척곡리의 명동서숙과 북간도의 명동서숙은 비슷한 시기에 설립한 민족교육과 민족운동의 산실이다. 명동(明洞)과 명동(明東)은 둘 다 조선을 밝히는 빛이 되고자 하는 소망을 담은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