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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테마로 보는 역사 > 문명/문화사
· ISBN : 9791161951003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19-12-10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 물건에 정성을 실어 삶 속으로 들여보내는 마음
1장. 시절과 벗하고 싶은 마음의 징표
달력, 내 시간 속으로 그대를 부르는 초대장
단오부채, 호된 더위와 함께 나쁜 기운을 날려 버리리
지팡이, 어디든 걸림 없이 다니다 내게도 찾아와주오
분재기, 이승에서의 내가 마지막으로 전하는 고마움
버드나무, 새잎 나거든 저를 생각해주세요
2장. 사대부의 품격을 두루 살핀 가치
매화, 분매가 필 때 우리, 술과 붓을 들고 만나오
종이, 문사의 얼굴에 생기를 돌게 하는 반가운 선물
앵무배, 모름지기 이 술잔으로 마음껏 마시고 취하라
도검, 전장과 일상의 삿됨을 모두 베어버리리
벼루, 내면의 단단함과 학문의 성장을 바라노라
3장. 의복에 담아 보내는 멋과 바람
갖옷, 그대에게 가죽옷을 내리니 그 충성 변치 말라
짚신, 낮은 자리에서 올리는 그리움과 존경
화장품, 존재했지만 기록되지 않은 여인들의 필수품
안경, 병든 눈에 유리를 끼니 문득 밝아집니다
4장. 맛 좋고 귀한 것을 나누고 싶은 인심
차, 속세의 번잡함을 내려놓고 잠시 쉬길 바라네
청어, 돌아오는 그 댁 제사에 이 고기를 올리시오
청심환, 한 알에 험한 여행길이 모두 풀리네
귤, 빌린 책 돌려드리며 보낸 달디단 귤 세 알
술, 한잔 기울이면 하늘도 땅도 보잘것없어
책을 마치며- 선물, 우리와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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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도판목록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책력을 보면서 제사 지내기에 적절한지 여부를 살피고 아름다운 절기를 점치는 것은 바로 책력의 기능에서 비롯한다. ‘책력’을 지금은 달력으로 번역하지만, 그 단어에 ‘책(冊)’이라는 글자가 들어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한 해의 날짜를 나열한 것을 책으로 만들었다는 의미인데 이 책력에는 단순히 날짜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었다. 책력에 수록된 것을 차례로 보면 옛사람들이 책력을 날짜를 보기 위해서만 필요로 한 것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시대에는 대통력(大統曆), 숭정력(崇禎曆), 시헌력(時憲曆) 등을 사용했는데, 시헌력은 18세기 후반부터 〈시헌서(時憲書)〉라는 제목으로 유통되었던 책력이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 해당 연도의 연대가 표기되어 있고, 정월부터 12월까지 큰 달과 작은 달의 표시, 윤달, 분지 등 절기 및 그것의 정확한 시각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달력, 내 시간 속으로 그대를 부르는 초대장 중에서
“내 나이 50세가 되니 병이 든 데다 슬하에 자식이 없어서 조카딸인 김경순의 처를 데려다 함께 살았노라. 여러 가지로 효성스러운 봉양을 받아서 정의(情義)가 깊고 중하였다. 이에 내가 갈아먹던 논 16마지기를 남겨준다.”
적지 않은 토지를 질녀 내외에게 주면서 쓴 내용은 참 감동적이다. 노년의 병과 쇠약함으로 자신의 삶이 이제 곧 끝나리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리고, 자신을 지성으로 봉양해 준 조카딸 부부에게, 자신의 삶을 지탱해 준 토지를 나누어 준다는 글을 남긴 것이다. 이 글에서 내 눈에 깊이 들어온 것은 ‘정의심중(情義深重)’이라는 표현이었다. 자식 없이 홀로 살아가는 숙부를 위해 조카딸 부부가 온갖 정성으로 자신을 봉양해 준 것, 그렇게 살아오는 동안 그들에게서 느꼈을 고마운 마음이 저 네 글자 안에 오롯이 스며있다고 느껴졌던 탓이다.
- 분재기, 이승에서의 내가 마지막으로 전하는 고마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