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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62040478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19-02-1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세라피나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러나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여전히 칠흑 같은 어둠만 가득했다.
내가 장님이 된 건가? 세라피나는 혼란스러웠다.
빌트모어의 미로 같은 지하실에서 복도 구석구석에 숨은 쥐를 사냥할 때처럼 어둠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저택 어딘가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도, 멀리 떨어진 방에서 하인들이 일하는 소리도, 바로 옆 간이침대에서 들려오는 아빠의 코 고는 소리도, 기계가 내는 웅웅 소리도, 시곗바늘이 째깍거리는 소리도,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평생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차가움과 고요함이었다. 여기는 빌트모어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 괴생명체가 휙 고개를 돌리는 순간 세라피나는 헉하고 숨을 삼켰다. 끔찍한 상처가 얼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영원히 아물지 않을 것처럼 곪아 터진 상처에서 검붉은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사람인지 악마인지 아니면 그 둘을 섞어 놓은 무엇인지 분간할 수 없는 존재가 손을 앞으로 덜렁덜렁 뻗은 채 고개를 앞뒤로 흔들며 눈으로 숲속을 훑었다. 날카롭고 뾰족한 이가 부딪칠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났다.
괴기스러운 생명체가 입을 벌렸다. 그러자 낮은 쇳소리가 진동하듯 흘러나왔다. 그리고 세라피나는 똑똑히 보았다. 폐에서 새하얀 공기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단순한 날숨이나 비명이 아니었다. 폭풍이었다. 세라피나를 둘러싼 공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뭇잎이 회오리처럼 날아올랐다. 나뭇가지가 삐걱거리며 휘어졌다. 소용돌이치던 공기가 비바람으로 변했다. 정체 모를 괴생명체의 입에서 나오는 끔찍한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그럴수록 폭풍우도 점점 더 거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