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2490341
· 쪽수 : 96쪽
책 소개
목차
1부
이팝꽃 가문│우물의 집│이 풍진 세상에│아버지와 붕어찜│침묵의 문│아버지의 흑백사진│아버지의 바다│아버지의 문갑│커플링
2부
김 여사님, 꽃 여사님│정선 아라리│영화 구경│김 여사님, 한 곡조 뽑으시죠│고장 난 벽시계│나의 시 선생님│엄마에게서 들었다│쓸개│무릎의 기도│기도라는 말
3부
어머니 1│어머니 3│어머니 2│어머니 5│어머니 4│어머니 7│어머니 6│친정 나들이│엄마의 텃밭│어머니와 포도
4부
설악 단풍│단풍이 왔다│맑아라 등 뒤│미나리 초무침│얼룩│담쟁이에 빚지다│엄마 게│장독대에 오르는 맛│죽
5부
고추 따고 맴맴│꽃게 먹는 저녁│냉장고│어머님 전상서│피의 내력
저자소개
책속에서
독감 끝에 찾은 강나루 붕어찜
물 위를 뛰어다니는 소금쟁이같이
마둔 저수지에 갔다
가뭄 깊숙이
참붕어를 품고 있던 저수지
지느러미 다소곳한 알배기 두 마리를 낚아 올렸다
팔십 년 넘은 칼집으로 붕어의 머리를 단칼에 도려내셨다
자식들의 도리질이 아뜩해지고 아버지의 독감은 쉬이 잘려나가지 않았다
붕어의 내장은 저수지 밑바닥처럼 미끈거렸다
아직도 뭉글뭉글 알집을 꿈꾸는 아버지
훅 흙내를 풍기며 한 생의 진창이 마무리되는 걸까
아버지의 입에서는 뻐끔 비릿한 말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저수지의 긴 둑 아버지의 허리를 휘감자
붕어 비늘 술잔 위를 배회한다.
― 박경순, 「아버지와 붕어찜」 전문
설날, 영화 구경 인원 파악을 한다
나두 가야 혀
내 꺼도 끊어
늦은 밤 봉창 두드리는 듯한 소리
극장에 도착, 김 여사님의 행방이 묘연
화장실 앞에서 똥마려운 강아지 마냥
엉덩이 쭉 빼고 활자 다리를 한 채로
남자 화장실 쪽을 기웃기웃
막내 아들이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팔짱을 끼며
나 옥수수 튀긴 거 사줘
젤 큰 넘으로 사 줘
영화 보는 내내
양동이 만한 팝콘 껴안고 드신다
영화관에 갈 때마다
김 여사님의 팝콘이 따라온다.
― 박경순, 「영화 구경」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