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5764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22-05-30
책 소개
목차
13. 황금의 관
14. 란델 성
15. 소환
에필로그
외전 1. 후일담
외전 2. 숲속의 용과 악마
외전 3. 하얀 늑대, 테레사
외전 4. 마왕님을 길들여요
외전 5. 결혼식
외전 6. 첫날밤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까, 잔느와 만났어? 파르비스가 봤대.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레티시아는 일라이 앞에 찻잔을 놔주며 물었다. 찻주전자에서 흐르는 주홍빛 찻물을 보며 일라이는 “글쎄…….” 하고 말끝을 흐렸다.
잔느와 별 이야기를 안 했는데, 왜인지 알려 주기 싫었다.
‘널 두고 말다툼을 했다곤 말할 수 없지.’
일라이는 “차가 맛있다”라며 레티시아의 관심을 돌리려 했고, 반쯤은 성공한 듯 보였다.
그 후로도 레티시아는 냉침冷浸을 연습하고 나서 찻주전자와 다구를 씻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레시피 책을 살폈다.
단풍나무 꽃차, 겹벚꽃 차, 꽃사과 꽃차 등등의 레시피가 있어서 다음에 해 봐도 좋을 것 같았다.
팔랑.
낡은 레시피 책을 넘기며 레티시아가 물었다.
“일라이는 내가 왜 좋아?”
“이유는 생각 안 해 봤어.”
“그냥인 거야……?”
레티시아는 물어 놓고 실수를 했나 싶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일라이를 곤혹하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조금은 알고 싶었을 뿐.
‘내 어디가 그렇게 좋다는 건지…….’
레티시아는 일라이를 흘끗 쳐다보며 식어 버린 꽃차를 들이켰다.
향이 좋고, 진하게 우러나온 것은 잔느와 일라이에게 주었고 남은 차는 제 몫이었다. 두세 번 우리고 나면 버려야 한다는데, 네 번째 우린 차를 마시는 게 습관이 되었다.
‘마네르에서는 품질 좋은 차가 귀했으니까……. 내게만 귀했지만.’
그냥 버릴 걸 그랬나? 레티시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라이는 턱을 괸 채 한숨 쉬는 레티시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난 그냥 너 좋아하는 거야. 이유를 대라면 많이 댈 수 있지만…….”
레티시아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진 적은 많아도, 좋아하는 이유를 찾으려 한 적은 없었다.
두 눈이 마주치면 심장이 뛰었고, 목소리를 들으면 그걸로 기분이 좋아졌다. 제 이름을 불러 줄 때면 저도 모르게 입술 끝이 올라갔다. 그래서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구해 줬을 때 이미 마음을 빼앗겼을지도…….’
레티시아가 자신을 네르바드의 감옥에서 구해 주던 그때, 조금은 마음을 가져갔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고백에 대한 답도 듣지 못했는데, 좋아하는 이유까지는 말해 주고 싶지 않았다.
상대가 레티시아라고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