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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6358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23-06-23
책 소개
목차
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5
Chapter 6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겐 운명을 막을 힘도, 바꿀 능력도 없어.’
그렇다면 정해진 운명에 순응하면서 내 살길을 도모해야 한다.
난 무릎 꿇은 남편에게 다가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병약한 남편은 싫어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는 건 미안해. 그래도 난 살고 싶어. 살려고 널 버리는 거야.
비에 젖은 남편의 모습이 더 안쓰럽게만 보였다.
심장이 바늘로 쑤신 것처럼 콕콕 아려 온다. 떨리는 입술을 계속 움직였다.
“돈 없는 빈껍데기 백작인 것도 싫어. 노아가 가진 게 뭐가 있어요? 백작 위라는 그 고명한 작위 빼고 뭐가 남아?”
“…….”
“당신 가문, 레니스터는 망한 지 오래야. 백작이란 것도 우습지 않아?”
노아가 상처받음을 알면서도 비수를 꽂았다. 그래야 남편이 날 붙잡지 않을 테니까.
탁.
품에서 이혼 서류와 건물 명의서가 든 가죽 케이스를 꺼내 노아의 앞에 던졌다.
축축한 진흙 바닥에 가죽 케이스가 처참히 뒹굴었다.
“여기 위자료예요. 못해도 30년은 먹고살 수 있어요.”
대답 없는 노아에게 난 계속 말했다.
“자존심 세우지 말고 그냥 받아요. 아버지 소유였던 수도 상가 건물 하나를 빼돌려 당신 명의로 해 둔 거니까.”
노아는 침묵했다.
분명 기뻐할 일인데, 그는 텅 빈 눈동자로 가죽 케이스를 볼 뿐이었다.
“저 골칫덩어리 저택만 팔면 굶진 않을 거예요. 전처럼 순진하게 아무나 믿지 말고 건물 명의만 잘 지켜요.”
그러려고 친부에게서 뺨을 맞아 가며 건물을 빼돌린 거니까.
고개를 떨군 노아가 날 불렀다.
“솔리아.”
언제 울었느냐는 듯 나른하고도 단정한 목소리로.
“내가 능력이 없어서 떠나는 건가요? 병약하고 무능력해서?”
“……맞아요.”
비를 그대로 맞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 없지만 병약한 남편과 정을 떼야만 했다.
“만약…… 내게 능력이 생기면?”
“그럴 리가 없잖아요, 노아.”
난 단호히 말하며 팔에 걸쳤던 싸구려 암색 코트를 들었다. 겨울에 입을 것이 없어 급히 챙긴 거였다. 바닥에 뒀던 몇 없는 짐도 챙겼다.
곧 있으면 상업 마차가 올 것이다. 그러면 그땐 정말로 이별이다.
고개를 든 노아가 떠나가려는 날 물끄러미 봤다.
그를 볼 자신이 없다.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말했다.
“이혼해요, 우리.”
이번에도 노아는 답하지 않았다.
“이혼은…….”
안 된다고 할 것 같았던 노아가 별안간 수긍했다.
일어난 그가 내게 느릿하게 다가왔다. 그의 구둣발이 가죽 케이스를 지나쳤다.
그때 노아의 붉은 입술이 열렸다.
“나를 버린 걸 후회했으면 좋겠어요.”
“후회 따위 안 해요.”
“끝까지 잔인하게 구네요, 솔리아.”
노아가 허락도 없이 날 끌어안았다. 못 떠나게 막으며 그가 낮게 속삭였다.
“날 떠나면 불행해질 텐데….”
예민한 귓가에 그의 입술이 닿았다.
노아의 품에 갇힌 채 난 말했다.
“……착각 마. 불행할 일 없어요. 내 인생은 노아가 없어야 행복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