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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3142478
· 쪽수 : 476쪽
· 출판일 : 2022-08-20
책 소개
목차
추천사
한국판에 부쳐
해발 0미터
원산 제네스트
서울
지금은 남의 땅
리재유 탈옥 사건
임시정부 없는 상해
조선민족혁명당
전쟁
독립 중대
김구 피격 사건
조선의용대
화선
한수 유역
태항산
나가사키형무소
해방된 서울
평양
육이오
자치주
《20세기의 신화》
후기
주석
부록
김학철의 혁명 생애와 그가 만난 역사 인물들
김학철과 함께 떠나는 독서 여정
마지막 스무하루의 낮과 밤
김학철 연보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치밀어 오른 불덩이가 사그라지기도 전에 나는 이상화라는—그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한 시인의 서릿발이 번득이는 듯한 시에 접하게 됐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 부르짖음에 피가 끓어오른 나머지 나는 그 빼앗긴 땅에서 살아야 하는 게 새삼스레 원통하고 또 절통했다.
‘망국노, 망국노!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 건가.’
이 하찮아 보이는 사건은 나의 인생 항로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는 전환점으로 됐다.
나는 또 한 권의 충격적인 책을 읽었다.
《가난 이야기》. 일본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가와카미 하지메의 저서였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인류 사회라는 것을 국가, 민족, 인종 따위로 나눠진 ‘종(세로)’의 세계로만 인식을 하고 있었다(그도 어슴푸레하게). 한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인류 사회는 ‘종’으로만 나뉜 게 아니라 ‘횡(가로)’으로도 나눠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러니까 전에는 흐리멍텅하던 계급사회라는 개념이 차차 뚜렷해지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로부터 3년 뒤인 1940년 8월 29일—망국 30돌—에 중국 공산당에 입당을 했다.
독립운동에 투신을 한 내가 적국의 학자가 쓴 책을 읽고 계급의식에 눈을 떴다는 것은 참으로 기괴한 인연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