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91163162322
· 쪽수 : 380쪽
· 출판일 : 2021-01-10
책 소개
목차
1. 가면 속 얼굴
2. 아이 잡아 먹는 귀신
3. 춘추관의 괴문서
4. 공기놀이 하는 아이
5. 여인의 머리칼
6. 첫사랑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다음부터는 백지였다. 몇 장을 넘겨도 백지가 계속 이어졌다. 원호는 뭔가 속은 기분이 들었다. 귀신과 함께 나타난 책자여서 심상치 않은 물건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이 책자는 귀신과 무관한 것일지도 몰랐다. 원래부터 이 자리에 있던 물건이고, 귀신이 글씨를 쓰고 있던 책자가 아닌지도 몰랐다. 아니, 귀신조차도 실제 나타났는지 어쩐지 분명하지 않다. 그간 너무 피로해서 자신이 헛것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책을 덮으려는데 속지 어딘가에 적힌 붉은 글씨가 원호의 시선을 스쳤다.
원호가 글씨가 적힌 곳을 찾아 펼쳤다. 글을 읽는 원호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누군가 등 뒤에서 차가운 얼음물을 퍼부은 것처럼 온몸에 오싹 소름이 끼쳤다.
(춘추관의 괴문서中)
낮 동안 별채 모습은 밤보다 훨씬 더 황량했다. 어둠 속에선 가려져 있어 몰랐는데, 지금 보니 빈 사당 건물 곳곳엔 거미줄이 늘어져 있었다. 사당을 에워싼 담벼락도 군데군데 허물어졌다. 잿빛 하늘 아래서 본 별채는 거대한 흉가를 연상케 했다.
저만치서 도련님 모습이 보였다. 유순에겐 등을 돌린 채 빼곡 문이 열린 광 안을 바라보고 있다. 저 문도 도련님이 열었을까? 대체 뭘 저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거지? 어쨌든 빨리 여기서 도련님을 데리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한 유순이 ‘잡았다!’ 외치며 도련님 어깨를 감싸 안으려는 순간, 안에서 웅크리고 앉았던 무언가가 스르륵 일어났다.
히히히.
낮고 음산한 웃음소리. 유순은 누가 정수리에 찬물을 들이부은 것처럼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길게 풀어헤친 머리가 앞으로 흘러내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바닥까지 닿은 새카만 검은 머리칼이 움직일 때마다 바닥을 쓸며 스으윽 소리를 냈다. 거무스름한 치마저고리를 입은 걸 보니 여자인 모양이다. 길게 늘어뜨린 까만 머리와 거무튀튀한 옷 때문에 햇빛이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광 안에 선 여자 형상은 커다란 잿빛 덩어리 같았다.
스으윽.
여자의 형상이 한 발짝 앞으로 움직였다.
(아이 잡아 먹는 귀신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