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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63164586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2-12-17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스테이징! 이그니션(ignition)!”
민준의 외침과 함께 누리 14호 로켓의 1단 로켓이 작은 폭발음을 내며 분리되었다. 그리고 2단 로켓 엔진의 터보펌프가 작동하면서 승무원들이 탑승하고 있는 한울 우주선 모듈 밑으로 강한 유체소음이 전해졌다.
“정상이야. 걱정하지 마.”
민준이 잔뜩 굳어 있는 주원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곧이어 2단 로켓 엔진이 점화하자 세 사람의 몸이 다시 등받이에 바짝 붙었다.
“원, 나로. 추력 양호. 모든 엔진 상태 양호합니다. 지금까지 아주 좋습니다.”
시찬의 목소리 너머로 관제실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한고비는 넘겼군요.”
서윤이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이 말했다.
“라저. 목소리도 아주 크고 잘 들립니다. 나로우주센터.”
교신을 마친 민준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왼쪽 창을 내다보았다. 푸르른 지구의 지평선이 창을 반쯤 채운 채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발사 3분 17초 만에, 세 명의 우주인을 태운 나로
14호 로켓은 지상에서 122.4킬로미터 높이의 저궤도에 진입했다. 이제 지구를 두 바퀴 선회할 예정이었다.
남은 건 최종 점검뿐이었다. 그들은 비로소 달로 향하는 여정의 문턱에 들어섰다.
“도대체 무슨 수작들을 부리는 거야!”
민준이 큰 목소리로 신경질을 내며 우주선 벽을 쾅 쳤다.
“대장님! 진정하세요!”
서윤은 민준이 공황발작으로 인한 일시적 망상을 겪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녀는 지금 바깥에서 다가오고 있는 세 명의 우주인이 아니라, 난동을 부리기 직전인 한 명의 동료 우주인에게 집중했다.
“대장님,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인 거 잘 알아요. 저는 대장님 이해하는 거 알죠? 하지만 주원이는 모르고 있어요. 그러니까 숨을 천천히 쉬고, 곧 가라앉을 거라 믿고 조금만 진정하세요.”
이런 말이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서윤은 어떻게든 민준의 돌발 행동을 막으려 애썼다. 민준이 눈을 감은 채 벽에 몸을 기대더니 실내 우주복 안쪽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더듬었다. 그리고는 돌돌 말린 비닐 포켓에서 작은 알약 하나를 꺼내어 그대로 삼켰다.
이 상황을 보고 있던 주원은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대장님…….”
“괜찮아, 주원아. 나중에 다 이야기해줄게.”
주원을 달래려 고개를 돌리는 찰나, 그녀는 우주선 창밖으로 펼쳐진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맨 앞에 있던 하프문 구조팀 우주인이 어깨에 메고 있던 소총으로 그들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