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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3168454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3-02-25
책 소개
목차
청 예 「엔젤아줄」
조은성 「구구를 찾아서」
김성준 「지옥 호텔」
노네임 「늑대 사냥꾼」
김은선 「엄마의 광대」
김채은 「자비로운 군주의 뜻대로 나를 만드소서」
저자소개
책속에서
누운 상태로 천장이 무너지면, 바닥이 꺼져 그대로 몸뚱이가 스러지면, 형체가 남지 않은 연기가 되어 홀연히 공중으로 흩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녀는 자주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습한 기운이 그녀를 옭아매면 그 이상하고 서늘한 느낌이 붉은 혈관을 타고 들어가 온몸의 구석구석을 바싹 말렸다. 숨통을 끊어낼 것처럼, 무언가 발끝부터 목덜미까지 밀고 올라오는 그 순간이 치달을 때면 몸서리가 났다.
그럴 때면 그녀는 볕이 드는 창가에 웅크리고 앉아 있기를 반복했다. 햇빛이 식물의 싹을 틔워내듯 그녀도 볕을 쬐면 습한 기운에 질척이고 있는 몸뚱이에 연하고 싱그러운 잎을 틔워낼 몽우리를 움틀 수 있을까.
- 「엄마의 광대」 중에서
관묵은 ‘무’가 대단한 것인 양 말했지만 사실 그건 보리에게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보리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죽으면 시체가 되고, 그 시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악취를 풍기며 점점 흉물스러워진다. 하지만 보리는 그렇지 않았다. 보리는 그저 전원이 꺼지면 너무나도 쉽게 무의 존재가 될 수 있다. 누군가 보리를 다시 충전하지 않는다면, 보리의 데이터를 백업해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다면, 보리는 그렇게 죽음 이후 아무것도 없게 된다.
보리에게 그걸 죽음이라 할 수 있을까? 그게 언제든 누군가 보리의 전원을 켜면 다시 보리는 유의 존재가 된다. 그렇다면 그건 보리에게 다음 생이 주어진 거라고 할 수 있을까?
- 「자비로운 군주의 뜻대로 나를 만드소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