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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외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4380169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0-01-1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녀는 반사적으로 빛을 가리기 위해 손을 들었다. 그때 검은 청바지에 재킷 차림을 한 남자를 자기도 모르게 바라보았다. 그 남자는 건너편 가게의 그늘진 문가에 서 있었다. 쓰고 있는 모자가 이마를 덮고 있었고, 선글라스가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는 데이지를 바라보면서 단단한 가슴 앞에 팔짱을 꼈다.
그가 누구인지 알아본 후에는 강렬한 충격으로 몸이 굳어지고, 입술이 벌어지면서 숨이 차고, 심장이 아파왔다.
그때 바닷바람이 훅 불어와 데이지의 스카프가 미친 듯이 휘날리며 그녀의 얼굴을 사납게 쳤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스카프를 풀려고 했다.
‘그 사람일 리가……?’
미친 듯이 날리는 스카프 자락을 정리할 즈음 다시 보니, 맞은편 가게 문 앞이 휑했다. 길가에도 사람이 없었다. 마치 그 남자가 그림자 속으로 녹아든 것 같았다.
데이지는 포르쉐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었다. 얼마나 바보 같은가. 저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본 지도 오래되었다. 생각으로만 떠올리던 그 얼굴. 과거의 망령이 나타나 억눌려왔던, 결코 사라지지 않을 그 욕망을 되살려놓은 것 같았다.
그녀의 눈길은 가게 위쪽의 먼지 쌓인 간판으로 옮겨갔다. 그 간판을 보면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이제까지 쌓아온 연기 실력을 다 동원한 것 같았다. 굵은 서체로 동판에 새겨진 글자 옆에는 웃고 있는 해골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이 가게의 간판이었다. 가게 이름을 속으로 읽었다.
‘악마의 책방’
“집까지 태워다 드릴까요, 미스 다이아몬드?”
깊은 목소리 속 비꼬는 듯한 느낌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닉이 시끄러운 술집에서 막 나오고 있었다. 그가 근엄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딱히 태워주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지만. 워낙 엉망인 것 같으니 말이야.”
(…)
어두운 하늘에 별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매연과 오염으로 얼룩진 런던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콘월의 바람 부는 해안에서 별이 얼마나 영롱하게 빛나는지 잊고 있었다.
조금 취해서 비틀거리는 데이지를 닉이 물끄러미 보더니 팔을 그녀의 허리에 둘렀다.
“괜찮아?”
닉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눈을 보니 갑자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집에 데려다줘, 닉.”
데이지 다이아몬드는 활기차게 모퉁이를 돌아 햇빛이 비치는 포트폴 해변 리조트 쪽으로 포르쉐를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