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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외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4380152
· 쪽수 : 192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애니는 짙은 머리의 남자가 노려보는 시선이 느껴져 돌아보았다. 랜드로버가 바로 뒤쪽에 멈춰 서 있었다. 성질 급한 운전자는 요란하게 소리를 냈고 그녀의 차가 즉각 움직이지 않자 ‘빵!’ 하고 경적을 울렸다.
“알았다고. 그러는 당신은 머리나 빗고 다니시지!”
그녀는 투덜거리며, 기어를 급히 넣고 바다를 향해 나 있는 언덕을 빠르게 내려왔다. 레오는 책으로 시선을 다시 돌리며 비꼬듯 말했다.
“콘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레오가 바닥에 떨어진 핸드백을 줍는 동안, 그녀는 오는 내내 콘월의 바람을 맞으려고 열어두었던 자동차의 창문을 닫았다. 그때, 아까 양 사건 이후 뒤를 쫓아오던 랜드로버가 옆으로 들어왔다. 애니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운전석 창문을 노려보았다.
산발 머리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시선은 험악했다.
“아, 뭐 어쩔 건데?”
이번에는 그녀도 화를 숨길 수 없었다.
“트랙터를 내가 못 봤다고 욕하고 싶은가 보네. 못 돼먹은 인간. 상대할 가치도 없어.”
“바로 그거예요.”
레오가 격려하듯 말했다. 그녀는 건네받은 가방을 챙겨 차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옆 차가 너무 바짝 대놓아서 나갈 수가 없었다.
“아, 젠장!”
애니는 마지못해 랜드로버 운전자를 힐끗 쳐다봤다. 그는 여전히 자기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녀는 억지로 웃어 보이며 좁은 차 간격을 가리키고는 차에서 내리려는 몸짓을 했다.
그 남자는 애니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할 말이 있다는 듯 보조석 창문을 내렸다. 남자가 이해를 못한 것 같았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똑같이 자신의 보조석 창문을 반쯤 내린 뒤 화가 난 남자의 눈을 바라보며 공손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쪽 차가 가로막고 있어서요. 조금만 옆으로 가주시면 안 될까요?”
“안 됩니다.”
그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그의 짙어지는 시선은 이내 그녀의 머리 뒤쪽으로 향했다.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았다.
“사라가 오고 있군. 카메라맨도 같이 오고 있소. 지역 잡지 여름호에 낼 해변 특집 기사 때문일 거요. 저들과 얘기를 나누겠소, 아니면 서핑을 가겠소?”
애니는 그들을 피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보드를 꽉 움켜쥐었다.
“파도 타러 가요!”
가브리엘의 미소는 칭찬인 동시에 도발적이었다. 무서우면서도 빈틈이 없다! 게다가 저 아름다운 복근! 근육질의 배 위에서 빨래를 해도 될 것 같았다. 차라리 저 남자가 물렁살에 불쾌하게 생겼으면 좋았을걸.
(…)
“그렇다면 우리가 당신을 서핑의 세계로 인도하겠소.”
가브리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의 팔 아래에 있는 보드를 고개로 가리켰다.
“내가 들겠소.”
사실 보드가 엄청 무거워서 마치 책장을 들고 옮기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제안을 사양했다.
“괜찮아요. 이래야 근육도 좀 붙죠. 안 그래요?”
그는 웃으며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
“내 눈엔 날씬해 보이는데.”
빨개진 볼이 터질 것 같았다. 살이 다 보이는 비키니 대신 두꺼운 고무 잠수복을 입었으면 좋았을 걸.
늦은 아침 애니는 먼지가 잔뜩 낀 폭스바겐 골프를 끌고 모퉁이를 돌아 나오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