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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씨책] 없는 것이 많아서 자유로운](/img_thumb2/9791164710812.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4710812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0-06-30
책 소개
목차
#01 땅으로 돌아오다
내가 돌아오고 싶었던 그곳은 어디 갔을까 | 내가 땅 앞에 겸손해진 이유 | 미래를 먹는 인간
#02 농사짓는 일의 기쁨과 슬픔
농사와 환상, 그리고 엄마와 나 | 농사일,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 몸을 써서 노동하는 일 | 대형 마트 소풍 가는 날 | 이 세상 무엇이 씨뿌리는 일보다 중요할까
#03 무얼 먹고 살까
음식에 얽힌 두 모녀의 돌고 도는 듀엣댄스 | 독재자의 변명 | 내가 먹을 음식을 정할 권리 | 산으로 들로 나를 부르는 산나물들 | 세 모녀의 개성이 뚜렷한 요리
#04 학교에서 벗어나기
아이들과 안스쿨링 | 학교 밖에서 배우다 | 학교를 벗어나 질문하고 배우다 | 우리가 함께 해온 이런저런 배움과 즐거움들 | 나를 행복하게 해준 놀이들
#05 자연스럽게 아프고 낫기를!
수리수리 마수리 하연이의 콩 마술 실험 | 우리 병원 가지 말고 집에서 나아보자 | 몸에 대해 배워가는 시간 | 이런 죽음을 꿈꾼다
#06 ‘없이 살기’라는 개똥철학을 실천하기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그 밖의 없이 살기 실험들 | ‘없이 살기’에 대해서 난 이렇게 생각해
#07 자발적 가난뱅이 생태주의자들을 위한 찬가
에코 아나키스트와 에코 페미니스트에 대하여 | 길가에 혼자 뒹구는 저 작은 돌처럼 살고 싶다
#08 책에서 배우고 발견하는 기쁨들
책과 함께 깊어가는 밤 | 세 모녀가 함께 즐거워했던 몇 가지 책들 | 어른들에게 편파적으로 권하는 몇 권의 책 | 책을 좋아하는 나, 하연 | 책들에게 바치는 감사
#09 봄, 여름, 가을, 겨울, 삶의 아름다움
봄 | 여름 | 가을 | 겨울
책속에서
“도시에서 나는 가난한 집에 손 벌릴 수 없는 자가 겪어야 하는 갖가지 경우의 수를 밟으며 청춘을 보냈다. 운 좋게 주어지던 장학금들, 과외 아르바이트, 임시직 일들로 생활비를 벌면서 대학을 졸업했고, 기숙사, 자취방, 낯선 외국 대학 기숙사 등으로 옮겨 다니며 생활했다. 그런데 어느 날 몇 번의 인생의 쓴맛을 꿀꺽 삼킨 상태로 시골로 왔다. 이리저리 고민하고 결정했다기보다는 막무가내였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 그런데 운이 좋았는지 어딜 가든 집 주변에 푸성귀를 기를 만한 텃밭이 있었고 오밀조밀한 산과 들이 있었다. 어린 자식들과 손잡고 시골길과 산길을 걷거나 텃밭에서 보내는 시간은 참으로 평화로웠고, 시간이 흐르면서 대담하게 꽤 큰 밭을 빌려 온갖 농작물을 심어보는 재미도 누렸다. 덩달아 내 안에서도 신경질과 두려움과 우울 같은 감정의 찌꺼기들이 세월과 함께 조금씩 걸러져 나갔다.”
“학교를 그만두고 엄마와 농사를 지은 처음 몇 해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엄마는 자신의 딸이 일을 싫어한다는 냉엄한 현실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나대로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악몽 같았다. 일주일 내내 비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비가 오면 적어도 따뜻한 집 안에서 엄마와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 결국 우리가 서로의 평범함을 인정한 순간 관계는 좋아졌다. 엄마는 내가 꽃과 나무에 관심이 많은 사랑스러운 소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 나는 엄마가 너무나 작은 것에 때로 상처받을 수 있는 약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 엄마는 내 서툴고 느린 일솜씨를 인정했고 나는 엄마의 신경질을 이해했다. 그렇게 서로를 인정하게 되자 함께 사는 게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 여연의 글 중에서
“도시에 나가 살면서 그리고 다시 땅으로 돌아와 살면서도 내 안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묵직한 느낌이 늘 존재했다. 비록 농사를 지으며 개인적인 치유와 작은 만족을 얻고는 있으나 세상이 갈수록 파괴되고 있다는 절박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나 개인이 아무리 애를 써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으리라는 암울한 기분에 사로잡힐 때도 있지만, 뭔가를 해야 한다면 그걸 열심히 한 다음에 스스럼없이 미래를 후손에게 남겨주고 싶다. 그런데 우리가 미래를 먹어치우지 않고 죽을 수가 있을지, 후손에게 남겨줄 미래가 있을지, 정말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