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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의미의 발명](/img_thumb2/9791164712953.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4712953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5-05-09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Part 1 마음,열렬하지 않지만 뜨끈한
마음을 꺼내 구멍을 메웠습니다
양파를 잘게 썰면 수북해진다
눈오리 집게를 사는 마음
접고 펼치는 일
감정 처리 도구
추억 사용법
나를 응원하는 모든 것들
승자와 패자가 없는 게임
자꾸 샛길로 새고 있다면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
저마다의 자유여행
웃기는 이들의 눈물
흔하지 않은 흔한 것들
여유야 여유야 뭐하니?
좋은 날씨의 조건
오랜만에 하는 일
야매 선생
얼음과 펭귄
누구나 처음엔 서툴다
Part 2 사랑,활활 말고 은근하게
손톱을 깎으며
사랑 운전을 잘하는 다섯 가지 팁
첫눈 아니고, 첫비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꽃다발 같은 사랑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
엔딩 크레디트
나를 위한 꽃집
그릇의 무게
매미의 사랑
내 방은 궁전
생일에 촛불을 끄는 이유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시인의 시선
내 마지막에 이 노래를
Part 3 관계,너그럽고 다정하게
국가공인, 손을 잡는 날
귀 없는 말
행복의 기준
벚꽃 웃음
사라지는 것은 흔적을 남긴다
띄어쓰기의 어려움
의무가 앞서는 자격
삶은 패스를 주고받는 게임
사람마다 다른 체감 고통
시간은 나는 게 아니라 내는 것
로또 3등의 행복
추억은 아웃포커싱
믿고 맡긴다는 의미
거슬리는 사랑
어둠의 감각
티 내는 일
사흘의 슬픔
이해와 용납 사이
불리는 일
숨은 그림, 다른 그림
Part 4 성장,더디더라도 조금씩
아무 걱정하지 마
시들 자유
흐르고 쌓이는 것
보호 그물
어느 야구선수의 죽음
아끼지 말아야 할 것들
놓고 오는 일
정리의 정석
엉덩이에 눈
실외기의 중요성
Fix You
돌보는 시간
씨앗에게는 어둠이 필요하다
마음을 청소하는 법
마음을 해감하는 시간
기억은 성장하지 않고
나는 속수무책을 사랑한다
더 멀리 달리는 법
저자소개
책속에서
눈오리 집게를 사는 마음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지금에다 끌어다 놓는 일이다. 그걸 기다림이라고 국어사전은 말한다. 아내가 아기를 가졌을 때, 아기가 태어나서 신을만한 작은 신발을 미리 사 두었다. 장식장에 가지런히 신발을 올려놓고 아기를 기다렸다. 나중에 아이가 그 신발을 신었을 때, 지금껏 기다렸던 시간을 떠올렸다. 오래 기다린 것 같았는데 순식간이었다. 가끔 힘들 때면 이 시간이 언제 지나나 싶지만 지나고 보면 시간은 금방 흘러있다. 다시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지금을 생각하며 눈오리를 찍을 때가 올 것이다.
그날도 아마 꼴찌로 달렸을 텐데 뛰는 중에 들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병수야, 잘 뛴다아.” 엄마 목소리였다. 나는 좀 창피했지만, 엄마는 내가 뛰는 것만 보아도 좋다고 했다. 그저 열심히 달리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셨다.
응원이란 ‘그냥’ 하는 것이다. 단지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잘하거나 못하거나 네 편이라는 믿음의 표현이다. 너를 믿으니 꼭 잘해야 한다고 부담을 주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바라는 것이라면 응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동네 버스 정류장에 안내 전광판이 있다.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 되면 버스 번호가 뜨면서 승객이 얼마나 타고 있는지 세 단계로 알려준다. ‘여유-보통-혼잡’. 이른 아침 시간에 대부분 버스는 ‘여유’로 표시되지만, 버스를 타고 있는 마음 상태는 여유롭지 않다. 반면 퇴근길에는 ‘혼잡’으로 뜨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 여유롭다. 마음의 여유는 공간의 여유와 비례하지 않는다.
우리도 각자 언젠가 올라올 엔딩 크레디트를 만들고 있다. 뭔가 어렵거나 복잡한 일이 잘 풀렸을 때, 눈에 띄지 않게 스턴트맨이 있지 않았을까? 인생에서 최고로 밝게 빛나는 시간에, 반사판 높이 들고 비추던 조명 기사가 있지 않았을까? 땀 흘리며 혼자 길을 걷는다 생각할 때, 곁에 붙어 땀 닦고 화장을 고쳐주던 분장 기사가, 허기진 순간 나타나 끼니를 챙겨주던 밥차 기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