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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4795932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2-03-07
책 소개
목차
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작가의 말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채 살아간다는 건 참 끔찍한 일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아는 척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결국 모두 죽는다는 사실로 반박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의 절망은 그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내가 훨씬 먼저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나는 내 삶의 절반 이상을 병원에서 지냈고, 매 순간 죽음의 숨결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걸 느낀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새 심장이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심장을 쇼핑몰에 가서 사거나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의 생리적 특성과 일치하는 누군가가 죽기를 기다려야 한다.
“괜찮은 것 같아. 며칠 전에 병원에서 편지가 왔어. 떼어간 장기 목록이지.”
그러자 헬렌이 심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레오 오빠의 일부분이 여전히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걸 생각하면 기분이 이상해. 나를 그렇게 한다면 어떨까 생각해보게 돼. 만약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말이야.”
“오빠가 원했던 거야.” 나는 포크로 달걀노른자를 찔러서 접시에 세모를 그리며 말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애썼지만 사실은 나도 사고가 났던 날부터 줄곧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빠의 심장이 오빠의 몸 밖에서 여전히 뛰고 있다는 사실. 심장이 반듯한 사람에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정말이지, 조니. 너 무슨 생각을 한 거니? 레오라는 아이가 너에게 심장을 기증한 사람인지도 확실하지 않잖아.”
바로 그게 문제다. 나도 정확히 내 마음을 설명할 수가 없다. 왜 그렇게 심장 기증자를 찾고 싶은 건지. 그냥 감사하게 생각하고 내 삶을 이어가면 훨씬 쉽고 간단할 텐데 말이다. 그렇지만 내 몸의 일부가 내 것이 아닌 것 같고, 심장이 누구에게서 왔는지 알기 전까지는 새 삶을 제대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 기증자가 레오일 거라는 예감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마치 심장이 자기의 옛 주인을 알아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