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4797707
· 쪽수 : 472쪽
· 출판일 : 2022-10-0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또 한번 기척이 들렸다. 이번에는 정말 겁에 질린 채 몸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신경이 곤두섰다.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달리기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운동화 끈이 풀려 넘어지고 말았다. 잔뜩 긴장한 몸은 말을 듣지 않았고, 남자가 있는 차로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혼자 이 거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길이 어두웠다. 여자가 바라는 것보다 훨씬 어두웠다.
시야 한편에서 언뜻 무언가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뭐가 있는 걸까? 누군가 있는 걸까? 여자가 물었다.
“거기 누구 있어요?”
밤은 고요했다.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자는 남자를, 자신을 어루만지는 따뜻하고도 부드러운 남자의 손길을 떠올리려 했다.
운동화 끈을 묶으려 몸을 숙였다. 또다시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여자가 돌아보자 지면에 반사된 자동차 불빛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몸을 숨길 시간이 없었다.
계단 위쪽에서 걸쇠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벌컥 열리며 들이치는 한 줄기 빛에 눈이 시렸다. 가늘게 뜬 시야로 추한 가운과 추한 슬리퍼, 울룩불룩 튀어나온 무릎에 멍이 앉은 비쩍 마른 다리가 차례로 들어왔다. 머리가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
여자는 거스와 내게 식사를 챙겨줘야 한다는 것 때문에 화가 난 상태였다.
여자는 허리를 굽혀 쨍그랑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어둠 속에 내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자는 굳이 나를 찾지 않았다.
저들이 우리를 가둔 곳은 상자처럼 생겼다. 네 개의 벽이 있고, 중앙에는 위로 연결되는 계단이 있다. 빠져나갈 곳을 찾아 손으로 거칠고 울퉁불퉁한 벽을 만져봤기 때문에 알고 있다. 벽 끝에서 끝까지 걸음 수를 세어봤다. 열다섯 걸음 정도였지만 내 발이 자랐다면 조금 차이가 날 수는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신었던 신발이 맞지 않는 걸 보면 내 발이 자란 게 분명했다. 신발이 작아진 지는 이미 꽤 되었다. 이제는 엄지발가락조차 들어가지 않는다. 발이 아프기 시작한 이후로 신발을 신지 않아 지금은 맨발로 다닌다. 옷은 한 벌뿐이다. 어디서 난 옷인지는 몰라도 내가 이곳에 들어올 때 입었던 옷은 아니다. 오래전에 옷이 작아지자 여자가 새 옷을 가져왔다. 거스와 내게 식사를 챙겨주며 짜증을 낸 것처럼 옷을 가져다줄 때도 화를 냈었다
“전화는 해봤어요?”
“못해도 열 번은요.”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게 언제였나요?”
그는 나를 바라보며 짙은 머리칼을 뒤로 넘겼다. “어젯밤 잘 때요.” 그가 답했다. 오늘 아침에 그녀를 봤다고 덧붙였다. 그의 옆에 누워 잠이 든 상태였다. 조시는 아내를 깨우고 싶지 않았다. 집을 나서기 전 메러디스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아주 바쁜 하루를 보낸 탓에 정신없이 지나갔다. 메러디스에게 전화나 문자를 할 시간이 나지 않았지만, 조시의 입장에서 보자면 메러디스도 전화나 문자를 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상할 건 없었어요.” 그가 말했다. “메러디스와 제가 그런편입니다. 하루 일과를 세세하게 서로 알려주다가도 서로 안부를 물을 여유가 없을 때도 있고요. 오늘은 딜라일라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는 안타까운 듯 말했다.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출근을 했어요. 어젯밤 딸아이 컨디션이 어땠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떠올려 보려고 애를 썼지만요.”
조시는 이제 감정이 격해지고 있었다.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두 눈과 이마에 패인 주름에서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 연락을 안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렇게 오랫동안이요.”
그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비단 메러디스와 딜라일라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사건뿐이었다면 나도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열흘 전 저녁, 조깅을 하러 갔다가 실종된 젊은 여성, 셸비 티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