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5120917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4-07-25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 4
제1장 무늬
봄길에··11 | 9월은··15 | 소녀상, 그리고 불가역(不可逆)··18
경전선··25 | 오금공원에서··27 | 박곡아재··31 | 순명(順命)··35
꽃이 지다··38 | 무제··40 | 백년, 광복 70년의 회억(悔憶)··44
제2장 시선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51 | 세상은 본래 아름답다··54
어리야, 양녕의 변(辯)··57 | 천동아재··64 | 창천(蒼天)··69
필생··74 | 라면을 끓이며··77 | 흔들리다··82
그곳에 산성이 있다··86 | 기도··91
제3장 단상
‘내꺼’ 그리고 ‘웬쑤’··95 | 소년··99 | 일상에서··101
서세동점(西勢東漸)··105 | 황제(皇帝)··112 | 동행··116
시간의 흔적··118 | 우울하게 하는 것들··123 | 서른 즈음에··130
네 권의 책··134
제4장 풍경
냉정과 치졸··141 | 변명··147 | 도서관 사람들··150
도서관 열람실 풍경··156 | 천하장사··160 | 임금이시여··165
제주에서··171 | 누구였을까··181| 9월에는··184
부르주아에 대한 단상··186
제5장 변명
수필의 변(辯)··193 | 문학 이야기, 묘사··195 | 문학 이야기, 성찰··202
문학 이야기, 재미··205 | 문학 이야기, 기행수필··208
책을 읽는다··213 | 풍경··219
저자소개
책속에서
진실은 본래면목이다. 그러하기에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간 사이의 관계는 해석과 선택이 놓여 있다. 어떤 경우에는 해석과 선택의 오류가 진실을 무찔러버린다. 현실은 진실마저도 수용자의 이해상관에 노출되어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해석을 하고 그것을 지식으로 삼고 의미로 삼는 것에 만족한다. 옛적의 믿음과 견딤을 실천하고 일체화하던 세계를 잃었다. 의미는 내부에서 찾아야 하고 내부에서 존재된다는 것. 의미는 상황과 조건의 변화와도 무관하다는 것을 잊었다.
어느 날 내 푸념에 ‘간단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며 배시시 웃던 그는 옳았다. 진실은 영혼의 서(序)다. 인과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래서 인간에게 진실은 본질적으로 비(悲)이다. 선의의 거짓말은 이성의 몫이지만 거짓을 아파하는 것은 영혼의 일이다. 오늘은 다른 날과 똑같은 하루이거나 다른 날과 똑같지 않은 하루다. 천지개벽 같은 것은 없다. 다만 조금 변할 수 있거나 변할 수 있는 가능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내가 찾는 그 무엇들은 이미 그곳에 있었거나 거기에 있다. 나는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중에서
1963년, 때 이른 초여름 일요일이다. 하얀 모시옷을 입은 조성북국민학교 박 선생님이 맑게 흐르는 새재천 모래톱에서 유리 어항처럼 생긴 어포기를 들고 초등학생마냥 잇몸을 보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어포기에는 울긋불긋한 피라미와 송사리 몇 마리가 우왕좌왕하였다. 걷어올린 팔목과 흰 종아리가 초여름 햇살에 시원하게 웃었다. 당신 혼자 이른 천렵을 하고 계셨던가. 해는 중천을 지나가고 바람은 선들했다. 천변 둑에서 풀이 기웃하고, 황새 한 마리가 고요히 날아 지나갔다. 잠시 시름을 내려놓으신 초하의 풍경이 모처럼 걱정 없는 얼굴로 태연자약했다.
― 「풍경」 전문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책을 낸다. 문학을 엿본다는 과욕은 늘 부끄러움이었고 민망함이었다. 아주 늦게나마 문학이 천재들, 타고난 자들만의 것이 아니고 평범한 사람들도 노력해볼 수 있는 대상이라는 발견은, 내게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비할 만한 사건이었다.
살다보면 이런 잘못을 범하고 저런 상처를 받고 살게 마련이다. 가슴 아픈 일도 보고 턱도 없는 횡포도 저지르고 서러운 일도, 억울한 일도 겪는다. 모두 몸 둘 곳 없는 부끄러움들이다. 더러 외로울 때도 감사하는 마음도 찾아든다. 그런 때에 한두 줄 끄적거린 것이 나의 수필이다. 수필도 못 되는 나의 수필이다. 조금씩 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끄적거림 덕분이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