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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5342067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20-08-12
책 소개
목차
1장. 2977편 항공기에 탑승한 사람들
2장. 더플 백과 숨겨진 이야기
3장. 에드워드에게
에필로그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최악은 우는 사람들이다. 에드워드는 보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들의 흐느낌은 오르간 곡조처럼 크게 울리면서 공기를 죄다 빨아들인다. 자신의 슬픔과 두려움을 감당하기도 힘든 소년에게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감정을 들이미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면부지 타인들의 눈물이 그의 생살을 찌른다. 에드워드는 귀가 딸각대고, 사람들은 손수건으로 입을 막는다. 그러다 간호사가 휠체어를 복도 끝으로 밀고 가면 자동문이 열리고 그들은 밖으로 나간다. 에드워드는 죽음 같은 하늘을 보지 않으려고 다친 양다리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_ 2977편 항공기에 탑승한 사람들
“용기를 내야 해서 네 엄마의 블라우스를 입었지. 난 더 강해지고 싶어, 에드워드. 나를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
에드워드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제 레이시가 입은, 작은 장미가 그려진 셔츠가 눈에 들어온다. 엄마가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씩은 입던 옷이다. 익숙한 옷을 보니 침을 삼키기가 힘들었고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민다. ‘그건 이모 옷이 아니라 엄마 옷이에요!’ 하지만 거의 동시에 분노가 수그러든다. 자신도 형의 옷을 입은 마당에 레이시가 언니 옷을 입은 걸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 그 셔츠가 이모에게 엄마의 용기를 준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형의 옷을 입으면 어떤 힘이 생기는지 궁금해진다.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빨간 운동화, 오렌지색 파카, 파자마는 형을 가까이 두는 수단일 뿐이었다. 이제 에드워드는 조던의 파란 줄무늬 스웨터를, 이모는 엄마의 블라우스를 입었다. 레이시가 그를 끌어당겨 마지막으로 포옹할 때, 에드워드는 ‘우린 누굴까?’라는 생각을 했다.
_ 2977편 항공기에 탑승한 사람들
초록색 안락의자에 털썩 앉아, 존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들어오길 잘했다 싶다, 지하실에 돌아가는 것을 미룰 작은 핑곗거리를 찾아서 다행이다. 오늘 밤 취침 시간을 미뤄서 열다섯 살로 깨어나는 걸 늦추고 싶다. 안락의자 옆에는 둥근 테이블이 있고, 여러 가지 색의 서류철들이 쌓여 있다. 발 주위에 커다란 군용 더플 백 같은 가방이 두 개 있었는데 가방 하나를 발로 건드리니 쉽게 움직인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몰라도 가뿐하다. 손전등 불빛을 비춰보니, 두 가방 모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맨 위 서류철을 무릎에 올려놓고 펼쳐본다. 존의 단정한 필체로 작성된 서류가 있고, 주방 조리대에 있는 장보기 목록과 비슷하다. 싱싱한 사과, 칠면조 가슴살, 두유, 초콜릿을 씌운 아몬드…. 하지만 이 서류는 장보기 목록이 아니었고, 각각의 이름 옆에 숫자와 알파벳이 적혀 있었다. 34B, 12A, 27C. 이름 다섯 개에만 옆에 숫자가 없었다.
서류를 짚은 손끝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이름이 191개라는 건 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탑승자 명단이다.
_ 더플 백과 숨겨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