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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5347543
· 쪽수 : 536쪽
· 출판일 : 2023-06-08
책 소개
목차
28화 모르고 살았던 것들
29화 여인이 되고 싶은 밤
30화 내가 왜
31화 사내의 대단한 투기
32화 가슴에 품은 생각
33화 그래도、너여야만
34화 너만 있으면 될까 한다
35화 귀한 여인이었구나
36화 피할 수 없는 만남
37화 정인을 바라보며
38화 그리워 눈 감으면
39화 되찾을 수 없는 이름
40화 알고 있었소
41화 그대라는 길
42화 영원한 약자
43화 숨어라
44화 너만이 나의 원
45화 사라지다
46화 닿을 곳 없는 마음
47화 찾고、찾아
48화 대면
49화 거듭 태어나도
50화 우리가 하나인 이유
51화 만나고 싶어
52화 꿈이라도 좋겠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곱게 말려 책갈피로 쓰라. 봄이 끝나면 이 꽃도 찾아볼 수 없을 테니.”
“뭐요. 선물이라고 주는 것이오?”
“그래, 선물이다.”
용희는 힘없이 웃으며 복수초를 받아 들었다. 천지에 깔린 복수 초였으나 선생이 내민 꽃의 의미는 남달랐다.
“고맙소. 내가 잘 간직하리다.”
너른 햇살에 말려 아끼는 책 속에 끼워 두고는 간간이 들여다봐야지. 기둥을 붙잡고 빙그르르 꽃을 돌리며 용희는 씁쓸한 미소를 그렸다.
“가장 좋아하는 구절 사이에 꽃을 끼워 놓고, 때때로 마음이 부르는 날 찾아보겠소.”
“기회가 되거든 복수초의 꽃말도 함께 찾아보아라.”
“알겠소.”
그녀에게 지금 이 꽃은, 언젠가 선생과의 이별이 다가오거들랑 꿈이 아니었다고 말해 줄 유일한 증거가 될지도 몰랐다. 이런 사람이 삶에 다녀갔노라고 기억할 수 있는 귀중한 선물이 될지도 몰랐다.
“나는 줄 것이 없어서 어쩐다. 나도 선생처럼 꽃이라도 꺾어 주면 되겠소?”
빈털터리 그녀가 소박하게 묻자, 완은 애타는 눈빛을 잠시 지워 냈다. 그녀가 주는 것이라면 불어 드는 바람을 묶어 준대도 한껏 품어 볼 수 있겠으나, 그것이 너의 마음이라면 얼마든지 담아 갈 수 있겠으나. 그러나…….
“나는 되었다.”
그것은 감히 해서는 안 될 일이므로.
욕심은 넣어 두겠다. 미련은 멀리하겠다. 너와 나, 인연이 아닌 것만은 자명하니 달 스치는 구름처럼 우연이라 여겨 보겠다.
- 27화 우연과 인연 사이
용희는 귓가에 되울리는 자신의 박동 소리를 들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정체도 알지 못하는 사내에게 조금씩 흘러가는 마음을 힘껏 막아 보지만, 새어 나가는 마음을 모두 막기엔 불가항력이었다.
내가 여인이란 걸 알게 되면 선생은 무슨 표정을 지을까. 속았다며 분노할까? 어쩐지 수상했다며 빠르게 진정할까? 내게 배신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오랜 생각 끝에 그녀는 망연자실했다. 이런 상상들이 무슨 소용이겠나. 집을 잃고 헤매는 주제에 감정놀음도 사치인 것을.
“……후.”
잠에 취한 듯 조금 벌어진 선생의 입술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통증을 호소했다.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걸 알기에 그녀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렸다.
“잘 자오, 선생.”
- 27화 우연과 인연 사이
노승의 따뜻한 눈빛이 그녀에게 내려앉는다. 쇠약한 음성이나마 확고함이 있어, 항시 주지승과의 대화는 뜻이 깊었다. 용희는 말을 아끼며 주지승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어느 갈래의 길을 선택해도 후회할 것입니다. 미련도 남을 것입니다. 다른 어떤 길을 선택한들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길은 없을 것입니다. 한데 많은 이들이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지요. 그렇기에 사람은 흐르는 시간을 앞에 두고 사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때때로 인간은 승복하지 못한 채 시간 앞에 치열한 싸움을 걸기도 한다. 가지 않으려고. 지지 않으려고. 잊지, 않으려고.
“하오나 천지를 합쳐 놓으면 한낱 미물에 불과한 인간이 흐르는 시간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용희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주지승은 또다시 얼마간의 노잣돈을 내어놓으며 조용히 말했다.
“가난한 마음과 풍요로운 마음은 자신의 선택입니다. 후회나 미련이 적을수록 마음의 양식이 쌓이는 법.”
용희는 노잣돈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고단하고 쇠잔한 마음을 어루만지는 주지승의 음성은 울컥하게 만들었다.
“흘러간, 또한 흐르는, 흘러올 시간과의 사투는 잠시 밀어 두소서.”
“고맙소.”
할 말이란 게 이런 것뿐이다. 작은 인연을 모른 척하지 않고 마음을 쏟아 주는 주지승에게 감사함이 사무쳤지만 딱히 내어놓을 것이 없었다. 하지만 받지 않아도 되겠다는 듯, 주지승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 28화 모르고 살았던 것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