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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65348144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3-09-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인간 백정
1913년, 러시아 제국 변방의 밤
홀로드나야
아이들
입수 기도
후작과 차르
라마르크―획득 형질의 유전
나타샤의 결혼식
굶주림
유쥐나야 마을
탄생과 죽음
흑, 적, 백
초조한 총성
붉은 마녀 리자
화형
실험군 정리
수도원
결혼
첫날밤
1875년
미하일
거적때기
흰자와 검은자
오십
대조군
붉은 오로라들
가장 먼 곳으로
1913년, 러시아 제국 변방의 아침
에필로그. “너는 사제가 되어야 했어”
부록 1 _ 작품에 인용된 문장의 출처
부록 2 _ 작품과 연계된 역사 연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대장, 이쪽으로 피하십시오.”
메케한 연기와 폭음의 아수라장 속에서 부하 한 명이 다가왔다. 첩자로 의심받은 안드레이. 사내의 눈에만 보이는 붉은 후광이 안드레이 머리 뒤에 드리운다. 사내는 아무렇지도 않게 안주머니에서 모제르 권총을 꺼내 그의 이마에 총알을 박는다. 또 다른 부하가 숨을 헐떡이며 다가왔다.
“대장! 성공입니다. 여기!”
코테가 짊어진 돈 자루를 건넸다. 첩자 안드레이를 죽이라는 사내의 명령을 수행하지 않은 코테. 그의 뒤에도 붉은 후광이 드리운다. 사내는 다시 권총을 꺼내 코테의 머리를 박살 낸다. 아직도 광장에는 흙먼지와 화염 그리고 비명과 폭음이 가득했다. 사내는 돈 자루를 들고 마차를 대기시켜 놓은 외진 골목으로 사라진다.
“기차역으로.”
마차에 탄 사내는 묵직한 돈 자루를 만져 본다. 족히 30만 루블이다. 이 정도면 사내의 윗선인 ‘그분’이 세상을 뒤엎을 공작금으로 넉넉한 액수다. 사내는 그 길로 부모와 처자식을 내팽개치고 유유히 고향을 떠난다.
“네 아비 베소는 악마가 될 만한 배포가 없는 사람이었다. 한낱 불쌍한 주정뱅이일 뿐이었어.”
평생 술을 입에 대 본 적 없는 노파가 테이블로 잔을 가져와 보드카를 따랐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진짜 악마는 따로 있다. 그 악마가 베소와 나를 완전히 망가뜨렸어.”
노파는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보드카를 반 잔이나 마셨다. 아들은 난생처음 보는 어머니의 음주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평생 숨겨 왔던 비밀을 막 풀려는 참이었다.
(중략)
두 번 다시 못 볼 외아들과의 마지막 밤에 비밀을 털어놓지 않을 어머니는 없을 것이다. 사내는 내심 어미의 마음속으로 침입한 보드카가 오래된 비밀들을 입 밖으로 내쫓아 주길 고대했다.
“시베리아 어디쯤이니?”
“투루한스크 변경주요.”
“투루한스크?”
놀란 노파는 반쯤 남은 보드카 잔을 비워 버렸다.
“참나…… 운명이…….”
비밀은 이미 목젖까지 올라왔다.